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 제작한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태평양’ 이모(16)군 사건을 맡았던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해당 사건에서 손을 뗐다. 오 부장판사의 사건 배제를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지 나흘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30일 이군의 담당 재판부를 오 부장판사가 맡은 형사20단독에서 해당 재판부의 대리부인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으로 재배당했다고 전했다.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후계자로 불린 이군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아동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군의 사건을 오 부장판사가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7일 오 부장판사의 사건배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오 부장판사가 지난 2018년 가수 고(故) 구하라씨를 불법 촬영,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씨의 1심 재판에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과 관련, “성인지감수성 제로에 가까운 판결,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이런 판사가 지금 한국의 큰 성착취 인신매매 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면서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 다시는 성범죄에 판사로 들어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 동의자가 4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국민청원 사건과 관련해 담당 재판장(오 판사)이 위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해 위 사건을 해당 재판부의 대리부인 형사22단독으로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이미 배당된 사건에 대해 재판장이 직접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제출해 사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오 부장판사는 해당 청원에 대한 관심이 쏠리자 스스로 이군의 재판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