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비난과 불신

설동성 군포시청 주무관

설동성 사진설동성 사진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낯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적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전쟁에서 무서운 적이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한다. 월남전에서 세계 최강 미군을 힘들게 한 것은 북베트남군(베트콩)의 지하 땅굴이었다. 북베트남군은 지하 수백㎞에 걸쳐 땅굴을 깔았고 이를 토대로 게릴라전을 펼쳤다. 미군은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철수했다. 코로나19도 유사한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게릴라전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될 때까지 최대한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예방이 최선이다.

코로나19와의 버거운 싸움만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또 있다. 어찌 보면 더 무서운 것 같다. 사람들 상호간의 무차별 비난과 불신이다. 감염자들에게 주홍글씨라는 낙인이 찍힌다. 특히 SNS에서 심한 모양이다. 불안과 공포감이 커지다보니 감염자들이 타깃이 된 듯 하다. 물론 지탄받아야 할 대상도 있다. 문제는 일반 감염자들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접촉자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어느 누가 감염되고 싶어하겠는가. 어느 누가 자신이 만난 사람이 확진자임을 사전에 알 수 있겠는가.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주의를 소홀히 했다고 환자들을 몰아칠 수 있을까. 이들도 피해자들이다.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는 예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과연 누가 감염자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특정지역에 사는 감염자들, 더 나아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통째로 비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들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가. 그 지역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을 위로하고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비난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이렇게 비난하는 사람도 언제 어디서 감염될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지하철이다. A가 기침한다. 옆의 B가 반사적으로 째려본다. 그런데 B도 갑자기 목이 메이는지 기침한다. 이번에는 A가 째려본다. 서로 의심하고 이는 불신으로 이어진다. 물론 가짜뉴스처럼 불신을 유발하는 행위도 있다.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위도 믿음을 해친다. 한동안 마스크 사재기한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콜센터 상담사의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에 기생해 나타난 비난과 불신, 의도적인 불신 유발행위, 이 기회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천박함, 나만 안전하면 된다는 이기주의…. 무서운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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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은 그 사회를 좀먹는다. 불신이 커지면 사회를 붕괴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전쟁에서 적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불신에서 비롯되는 내분이라고 한다. 적전분열, 자중지란이다. 역사상 불신과 내분으로 무너진 국가도 있다. 막강 고대 로마제국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분이 주요 요인이라는데 많은 역사학자들이 동의한다.

불신 바이러스가 횡행하고 있는 와중에 다행히 믿음 바이러스도 번지고 있다. 상호돕기운동이 전개되고 상호배려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지역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이 있다. 감염자와 의료진 등에 대한 성금모금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확진자 다수 발생지역 감염자들의 치료를 위해 이들을 기꺼이 받아준 지역이 있는가 하면 ’착한 임대료 운동‘이 퍼지기도 한다.

희망이 보인다. 위기는 기회를 내포한다. 우리 인간은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역대 악명높은 바이러스들을 하나하나 물리쳤다. 인간에게 주어진 더 큰 과제는 인간들 서로간의 불신 퇴치가 아닌가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서로 보고 부대끼면서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안보면 잊히기 쉽다. 이럴 때 일수록 지인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관심과 배려, 애정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 이해와 관용, 사랑의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려 코로나19를 의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극복해나가기를 바란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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