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4월 윤곽을 드러낸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발전 의존도를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대폭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 계통 과부하 문제를 수술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부작용을 잡는 데도 나선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4월 환경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 주기로 수립하고 있다. 9차 계획에는 오는 2033년까지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등이 담겼다. 이번 계획은 환경부의 전략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올 하반기 공개된다.
우선 발전량 비중을 보면 석탄 발전량은 36.1%(2030년 기준)에서 2033년 30% 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해외감축분 11.3% 중 7%를 국내에서 줄이도록 한 바 있다. 부족한 발전량을 메우기 위해 LNG 발전 비중을 2033년 기준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원자력 발전이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탓에 LNG 발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NG 발전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정부는 발전 사업자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전력 수급을 맞추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LNG에 앞서 활용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탓에 LNG 사업자로서는 발전량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재생에너지 등 분산형 에너지 사업자에 발전 계획을 사전에 받아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설비용량에 못 미치는 발전량에 대해서는 보상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예컨대 1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사전에 70㎿만큼만 전력을 공급하기로 신고한다면 30㎿에 대해서는 보상해주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분산형 에너지 사업자에게도 용량요금(가동준비 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계통 문제에도 칼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날씨가 좋아 발전량까지 급격히 증가할 경우 계통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통에 과부하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 계통 접속을 차단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20%까지 높아질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시적으로 수요를 초과해 계통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재생에너지의 계통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 만큼 우리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