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경계 삼아 동(東)여의도와 서(西)여의도로 나뉜다. 동여의도에는 한국거래소와 국내 유수 증권사들의 본사가, 서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과 각 정당의 본부가 위치해 있다. 동여의도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중심지로 꼽히는 반면 서여의도는 정치 심장부로 여겨진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21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금배지 경쟁에 나선 ‘증권맨’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특히 증권사 전직 대표들도 출사표를 내면서 첫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국회의원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21대 총선에는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 증권사 전임 CEO들이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했다. 마찬가지로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한국카카오은행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용우 후보도 출마했다. 비록 최종 비례대표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미래에셋대우의 첫 여성 임원으로 이목을 끌었던 윤자경 전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에 추천된 바 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주 전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게 특징이다. 홍 전 대표는 세종 세종특별시자치갑에, 이 전 대표는 경기 고양시정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증권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증권인’의 관점에서 의정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홍 전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단기매매 성향이 강하고 다양한 금융사고가 많이 나는 것은 투자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금융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투자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제가 좀 더 앞장서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자산구조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건전하게 들어오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끔 제도·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동원증권 상무,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채권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를 거쳐 한국카카오은행 대표를 지냈다. 주 전 대표는 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홍 전 대표는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지금까지 증권가 출신 정치인이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20대 국회에서는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병욱 의원과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최운열 의원이 활동하면서 각종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에 힘을 썼다.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등 각종 자본시장 관련 입법과제가 산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번에 출사표를 낸 증권인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또한 금융상품 관련 과세의 손익통산 방안도 차기 국회부터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금리 등을 계기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주식 ‘거래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가 다양한 이익을 반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국회에서 ‘소수파’를 차지하고 있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한국 금융자본주의 역시 전문화되고 있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는 증권가 출신 의원들이 어떻게 활동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