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관련 질문에 “그것은 쉬운 딜이다. 두 나라 모두 스마트하며 조국을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최대 1,500만배럴 감산이 가능하냐는 말에 “그들이 그렇게 나에게 얘기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쉬운 거래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현실은 복잡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00만~1,500만배럴 규모를 일일 생산량이라고 할 경우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10~15%를 차지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외의 주요 산유국들의 전격적인 동참이 필요한 양이다.
실제 이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OPEC+(OPEC과 러시아 등 10개국 모임)에 다른 국가들이 참여하는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란 그동안 산유량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과 캐나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주요20개국(G20)이 노력하면 생산량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일 평균 생산량이 1,300만배럴인 미국은 감산 의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감산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의 참여를 모색할 것이며 이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러시아와 사우디 중 어느 쪽도 공개적으로 이 같은 감축을 약속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고통을 받는 와중에 좋은 경제 관련 뉴스를 찾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어떤 식으로든 최대 1,500만배럴을 줄이는 데 성공해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급감을 맞추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에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에 약 3,000만배럴, 기존 소비량의 약 3분의1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500만배럴을 줄여도 1,500만배럴 공급과잉 상황이다. 개리 로스 블랙골드인베스터 최고경영자(CEO)는 “실제로 물리적 감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수요 부문은 완전히 황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헤드도 “(감산 규모가) 너무 작고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