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로 자가 입주가 늘면서 아파트 전세가 상승세가 계속 되고,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오피스텔 전세 매물은 그렇지 않아도 귀한 데 몇 안 되는 물건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피스텔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단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오피스텔 ‘깡통 전세’ 경고음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가구당 평균 매매가가 8~9억원 정도인 서울지역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2억원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오피스텔 깡통 전세의 위험성이 덜 조명되고 있다”면서도 “한 동 전체를 건설임대 한 오피스텔에서 깡통전세 문제가 터지면 그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더 늘어나는 전세가> 매매가 역전 = 7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남·북을 막론하고 서울 여러 지역에서 오피스텔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서희스타힐스 오피스텔’(전용 29.88㎡)은 지난 2월 12일 2억 5,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같은 달 21일 2억 4,000만 원에 매매됐다. 9일의 시간 차를 두고 전세가 매매보다 1,000만 원 더 비싸게 거래된 것. 송파구 문정동의 ‘송파 한화오벨리스크’ 전용 26.82㎡도 지난달 7일 1억 9,000만 원에 팔린 후 얼마 되지 않아 매매가보다 500만 원 비싼 1억 9,500만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포착됐다. 마포구 상암동의 ‘상암 한화오벨리스크’ 전용 19.93㎡의 경우 지난달 14일 1억 3,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3일 후인 17일 이보다 1,500만 원 낮은 1억 1,500만 원에 매매된 것이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은 사례의 대다수가 전용면적 10~20㎡대 소형 평수에 집중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전용 면적이 84㎡를 넘는 중형 이상 평수에서도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예성라온팰리스’ 전용 102.24㎡는 지난달 12일 3억 4,800만 원에 매매된 후 같은 달 25일 그보다 200만 원 높은 3억 5,000만 원에 전세 거래됐다.
◇ 전세가 비율 상승, 지방은 이미 100% 넘어 = 이 같은 추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텔 전세가 비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직방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2018년 73.75%, 2019년 74.04%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월부터 4월 5일까지 75.34%로 상승했다. 광주, 대전 등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가 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오피스텔 가격역전 현상은 지난해 정부가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을 때 예견된 내용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대출규제 등으로 아파트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오피스텔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피스텔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올랐다. 월세 매물이 월등히 많은 오피스텔 시장 특성도 전셋값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오피스텔 깡통 전세 경고음이 더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지킬 수 있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등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같은 ‘깡통 오피스텔’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수요의 차이에 따라 전세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전세가가 상승에 따라 매매가도 같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