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에서 뺀 자금은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진 탓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전월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1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110억4,000만달러 순유출됐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7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1,220원23전)을 적용하면 약 13조5,000억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한은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영향에 외국인 주식자금이 큰 폭으로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차익거래 유인이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금 36억6,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가 새로 들어왔다. 2월 말 기준 연 1.33%이던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이달 8일 기준으로 1.51%까지 오르면서 외국인들이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줄어들 수 있지만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지난달 총 73억7,000만달러(약 9조원)가 빠져나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75억5,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