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형욱 사회부장 choihuk@sedaily.com
“종로에 새 둥지를 틀었으나 고객중심의 법률 서비스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종로 본사와 서초 분사무소, 판교사무소를 통해 고객과 접점을 늘림으로써 변호사가 직접 찾아가는 등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對)고객 법률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태평양 본사에서 만난 김성진 대표변호사는 종로 이전의 의미를 공간통합을 통한 새로운 도약기반 마련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우선 22년간의 ‘강남 시대’를 뒤로하고 종로로 본사를 옮기면서 3개 건물에 흩어져 있던 부서들을 한 건물로 모았다. 그동안은 각 부서가 다른 건물에 위치해 하나의 사안에 대해 논의하려면 변호사들이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종로 시대가 열리면서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도 절감하게 됐다. 특히 종로 이전과 동시에 서초 분사무소 문을 열면서 ‘종로-서초-판교’를 잇는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이른바 ‘서울 횡단벨트’다.
김 대표변호사는 “흩어져 있던 부서를 한 건물로 모으니 업무처리 속도도 더 빨라지는 등 종합적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며 “각 부서 사이의 원활한 소통과 논의를 위해 층마다 회의실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초는 송무 분야의 핵심지역”이라며 “태평양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송무 부문에서 고객에게 한층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초 분사무소도 개설했다”고 말했다. 본사 종로 이전은 물론 서초 분사무소의 문을 연 것까지 모두 고객에게 더 원활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고객중심 경영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변호사는 “서초 분사무소에도 변호사사무실이 10개가 넘어 송무 분야는 물론 다양한 의제에 대한 회의도 가능하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직접 법률 서비스를 구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존 판교사무소의 규모를 늘리는 등 특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비용상 법률 대응이 어려운 벤처기업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패키지로 만든다”며 “기존 대기업 고객에 변호사가 찾아가는 등의 직접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의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에는 ‘특급 도우미’로 다가가고 기존 대기업 고객에는 이웃 변호사로 한층 원활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판교사무소를 육성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 횡단벨트의 구축·육성이 ‘고객을 위한’ 법무법인으로 우뚝 서기 위한 ‘불혹(不惑)’ 태평양의 변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고객중심 경영은 태평양의 ‘슬로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대표변호사 취임 이후 태평양이 내건 문구는 ‘고객중심 BKL·one BKL·swift BKL·최고의 실력-아시아 최고 로펌’이다. 고객중심의 법률 서비스로 아시아 최고의 법무법인으로 우뚝 서겠다는 뜻이 담겼다. 특히 김 대표변호사는 단순 문구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대표적인 부문이 2015년 7월 만든 송무지원단이다. 이는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법리적 쟁점이 많은 사건 중 하나를 선정해 법무법인 내 변호사 구성부터 인력 추가, 재판 진행, 판결 결과 등 전반적 과정에 대해 자문해주는 곳이다. 사건 담당 변호사들과 수시로 토론식 회의를 열어 의견을 주고받고 소송 수행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제공한다. 송무 업무처리의 정확·통일성을 위해 송무 양식을 통일하고 세부적인 업무처리 지침을 만들어 고객 법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것도 송무지원단의 몫이다. 사건 수행 변호사들에게 대한 적절한 조언으로 고품격 법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태평양은 전 대법관·법원장 등 최고의 법률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이 대표적으로 이인재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서울고법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한 강용현 변호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노영보 변호사 등이 송무지원단 소속이다. 법조계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 변호사들로 이뤄진 이른바 ‘법조 어벤저스급’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변호사가 1년 정도 사건을 담당하다 보면 이에 매몰돼 객관적 시각을 잃는 경우가 있다”며 “베테랑 법조인들이 모인 송무지원단은 전체적인 과정에서 담당 변호사와 소통하며 조언을 해줌으로써 고객들이 최적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다른 법무법인에 없는 조직”이라며 “현재 송무지원단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중심의 법률 서비스 구현은 지난 2017년 2월에 새로 생긴 GR(Government Relations)솔루션그룹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역할은 고객과 연관성이 있는 행정부처나 국회, 각종 위원회, 경쟁(이익)단체 등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데서 시작한다. 모은 정보를 분석해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주요 대상은 고객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법령이나 행정제도 등 이른바 ‘손톱 밑 가시’로 이에 고객들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자문한다.
또 인허가·특허 취득 등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대관 지원은 물론 수사, 조사 및 감사 대응 등도 주요 업무다. 이를 위해 태평양은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변호사를 GR솔루션그룹에 포진시켰다. 인터넷정책심의위원을 지낸 오양호 변호사를 중심으로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 일한 최석림 변호사, 통일부 개성법률자문단 단장인 유욱 변호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인 서동우 변호사 등이 GR솔루션그룹 소속이다. 이외에 회계법인, 공정거래위원회 전문위원, 산자부 고문변호사 출신 변호사들로 GR솔루션그룹을 구성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고객중심 경영을 앞세워 태평양을 아시아 최고 수준의 법무법인으로 키워낸다는 구상을 가졌다. 선봉은 ENI(E-discovery & Investigation)팀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디지털포렌식팀에 해외소송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등을 보강해 올 1월 확대·개편했다. 아울러 자료수집·분석도구 외에 다수 전문가가 동시에 접속해 문서를 검토하고 이를 저장해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리뷰 플랫폼인 ‘렐러티비티(Relativity)’도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했다. 이로써 국내외 규제당국이나 법원 소송절차에서 요구되는 각종 조사 분야는 물론 점차 증가세를 보이는 해외소송 E디스커버리(E-discovery) 분야에서도 원스톱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김 대표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대검찰청 디지털수사단 출신이 2명이나 포진한 곳은 태평양 ENI팀이 유일하다”며 “지난해 말 정수봉 변호사와 이승호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인력도 당초 10~13명에서 현재는 50명 규모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 및 사이버범죄수사단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재직 당시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운영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변호사는 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조직범죄과장을 지냈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 대전지방검찰청 특수부장,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 겸 사이버범죄수사단장을 지낸 이정호 변호사와 박준기·김지이나 변호사를 비롯해 김세진 외국 변호사, 미국 법무부와 유럽연합(EU) 등 해외 규제당국의 조사대응 업무를 경험한 송준현 변호사 등이 ENI팀 구성원이다. 그는 이어 “이미 베이징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미얀마 등에도 진출했다”며 “국내 기업이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파키스탄 등 인도 주변 국가는 물론 이란 연락사무소 등 중동 지역을 발판으로 아프리카 쪽으로 나가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주력해 불혹 태평양의 백년지대계를 써낸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애를 쓴 부분 중 하나는 외국계 한국지사의 고객유치 등 고객층을 확대하는 것이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진출 등을 앞세워 태평양을 아시아에서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리=안현덕·박준호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