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권주자 손익계산서]이낙연 ‘미니대선·총선’ 승리 부동의 대권 1위…황교안 대권 꿈 멀어져

이낙연 정치 1번지 종로 대승·전국 총선 승리 이끌어

더 높아진 ‘개인 브랜드’ 가치·여권 차기지도자 낙점

‘대승리’로 좁은 당내 입지도 확장 ‘NY’계 탄생 전망

황교안, 이낙연에 치명타 미니대선·총선 모두 패배

패스스트랙·약한 당 장악력·공천파동 한계 드러내

보수통합·정직 이미지얻었지만 총선 책임지고 '사퇴'

국민들은 대통령을 꿈꾸는 여야 1위 대권 주자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차기 지도자로 점찍었다. 이 위원장은 유력 대통령 후보로 부족하지 않을 성과를 거머쥐었다. 전남도지사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이어 5선 의원, 총선 승리라는 성취로 범여권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인물로 거듭났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치러진 ‘미니 대선’에서 패배하고 진두지휘한 총선에서마저 패배에 준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황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대권의 꿈은 더 멀어졌다.

‘대권 후보 1순위’ 이 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당과 자신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끄는 쾌거를 이뤘다. 압도적인 개인 브랜드 경쟁력은 물론 당을 이끌 리더십까지 국민들에게 인정받았다. 이 위원장은 종로에서 치러진 ‘미니 대선’에서 승리하며 국민들에게 차기 대통령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정치 1번지 종로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뒤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인 황 대표와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이 위원장은 당을 위해 전국 유세를 병행했음에도 종로에만 집중한 황 대표를 큰 지지율 차로 이겼다.

이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계로 지적돼왔던 ‘당내 기반’도 마련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일에 그다지 열심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스스로 털어놓을 만큼 ‘계파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민주당 내 주요 계파인 친문·민평련·이재명계 등 어느 쪽에도 분류되지 않는 ‘외로운 늑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4·15 총선에서는 ‘마당발’을 자처했다. 우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전국 후보들을 지원사격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2일 이래 그는 1~2일 간격으로 강원·경기북부, 수도권, 부산, 충청, 대구·경북 순으로 지원유세에 나섰다. 차기 대권 경쟁에 앞서 ‘NY(낙연)계’를 만드는 과정으로 읽힌다. 40명이 넘는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은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차기 대권 도전에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이 위원장의 장점으로는 ‘안정성’과 ‘호남 주자’ 두 가지가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이자 6공화국 이래 최장수 총리로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튀지 않고 간결하게 정곡을 찌르는 그의 화법도 국민적 인기를 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화합의 아이콘을 자처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미워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또 무소속·민생당 후보들이 ‘이낙연 마케팅’을 편 것에서 알 수 있듯 압도적인 호남 민심을 등에 업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모든 대통령이 영남에서 배출됐다는 사실도 호남 대망론에 불을 붙이는 요소다. 다만 ‘비문’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친문과 비문 사이의 세력 관계에 있어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강고한 친문의 난관을 뚫어야 한다.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친문도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니 대선’에서 패배한 황 대표는 사퇴를 발표했다. 정치 인생 1년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 황교안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월 당 대표에 오른 황 대표는 초기부터 리더십과 관련한 지적을 받았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곧바로 터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3법(공수처, 선거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막지 못했고 결국 연말 선거법 개정까지 이뤄지며 총선 패배까지 초래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물갈이에 성공했지만 채우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라한 수도권 성적표도 카리스마 없이 논란을 초래한 공천 잡음에 기반하고 있다. 친박 중진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해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선거 중반에 큰 갈등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후 가장 큰 영향을 준 ‘막말 파동’도 제때 진압하지 못했다. 더욱이 황 대표는 당을 이끌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초기 실패,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정책 실패라는 여당의 악재를 총선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얻은 것이 있다면 보수진영 통합을 이뤄냈다는 점과 단식 투쟁을 하며 정직하고 약속을 지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점이다. 하지만 대권 주자로서 이 같은 장점을 더 살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통합당의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들고 대권에 도전할 수는 없다. 드라마틱한 기회가 오지 않는 한 야인으로 다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2년 후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에 패배하면서 안 그래도 좁은 당내 입지가 더 좁아져 대권 주자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구경우·김인엽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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