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코로나 정국 속에서 치러진 탓에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이 21대 국회에서 어떻게 개편될지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각종 보건의료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문제는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로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절된 바 있는데 공약 이행에 대한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현실화까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질병관리청·복수차관제 …이번엔 될까?=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보건의료 조직에도 전문성이나 독립성이 강화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나온 공약 중 하나는 질병관리본부를 경찰청이나 국세청처럼 독립된 외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위상을 조금씩 높여오긴 했으나 질본은 복지부 소속인만큼 독립성이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외국 입국자의 입국 제한 시기나 범위 등에 대한 판단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주도해 내리는 등 질본의 권한은 적었다. 우리나라 질본에 해당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격상하는 등 외교부나 국무부와의 협의 없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함께 주목받는 공약은 복지부를 차관이 1명인 현행 단수차관제에서 복수차관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보건과 복지로 업무가 나눠져 있는 만큼 각 분야에 좀 더 전문성이 있는 차관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정원을 기준으로 했을때 상위 8개 중앙부처 가운데 조직 내 차관급이 없는 부처는 복지부가 유일하다. 정원이 1,488명으로 가장 많은 행정안전부와 906명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복수차관은 아니지만 본부 내 차관급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관건은 정부조직법 개편=문제는 두 사안 모두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란 점이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두 공약이 추진되다 결국 흐지부지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당시 질본의 청 승격 문제는 논의가 되긴 했지만 본부장이 1급(실장급)에서 현행 차관급으로 격상돼 외형상 인사·예산의 재량권이 생기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복수차관제는 반발이 더 더 심하다. 차관을 한 명 더 두면 비서실 뿐 아니라 관련 부서가 더 생기면서 조직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 등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여당이 180석의 ‘슈퍼야당’이 된 만큼 의지만 있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은 여야 모두 공약한 사안인데다 국민들에게 ‘생색내기용’으로도 좋아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복수차관제는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할 것이 뻔하고 국민들이 봤을 때는 크게 티가 안나는 변화기 때문에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확충이 더 시급=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조직 개편도 중요하지만 의료진 확충 없이는 감염병 대응에도 발전이 없을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대구 등에서 의료진이 과로에 시달리거나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했으며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의사 단체의 반발로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나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29명으로 OECD 국가 평균 3.32명 대비 68%에 불과하다. 여당은 이밖에도 백신·치료제 개발 선도 육성,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 설립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