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지연되는 공모라이선스 인가, 신성장동력 발굴 늦어지는 부동산자산운용사

마스턴·제이알 등 공모 라이선스 신청했지만 인가 늦어져

운용사 관계자, "준비된 상품 있는데 답답"

금감원, "자격 요건은 최소한의 기준, 정성적 평가 중요"

라임 사태, 코로나 19 영향도 있는 듯

운용사들, 공모 통해 새 성장 동력 발굴 박차

비히클 다변화 계속될 듯

판교역에 위치한 신한알파리츠의 기초자산 크래프톤타워 /사진제공=신한리츠운용판교역에 위치한 신한알파리츠의 기초자산 크래프톤타워 /사진제공=신한리츠운용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공모 라이선스 인가가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 부동산 펀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인가가 늦어지면서 상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 시장 공략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운용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요건 갖췄지만 인가 지연...운용사, “준비된 상품 출시 늦어져”


금감원, “인가 요건은 최소한의 자격 기준.. 정성적 평가 중요”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스턴투자운용·제이알투자운용 등 그간 리츠(REITs)와 사모 부동산펀드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운용 경험을 쌓은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운용사들은 대부분 작년 말 금융감독원에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요청했지만 해를 넘기고도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운용업과 리츠업을 합쳐 3년의 업력을 갖추고 운용업 업력이 2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펀드와 리츠를 합쳐 수탁고가 1,5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펀드는 최근 2년간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수탁고가 있어야 한다. 마스턴운용과 제이알운용은 리츠 자사관리회사(AMC)로 수년간 리츠 운용 경험을 쌓은 후 지난 2017년 리츠 AMC의 사모 운용사 겸업 허가로 전문사모운용사가 된 회사여서 이 같은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에 운용사들은 작년 말 공모 라이선스 인가 요건을 갖추자마자 공모 라이선스 신청을 했다. 부동산자산운용 업계는 그간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은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다소 상반된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관계자는 “인가 요건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자격 기준이며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객들에게 대규모 피해를 안긴 라임자산운용사 사태가 공모 라이선스 인가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올 초 주식과 채권 등에서 공모 경험이 있는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들에는 부동산펀드 공모 라이선스를 준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공모 상품을 출시해본 곳과 안 해본 곳은 달리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 19가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어 인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모 중심 반쪽자리 시장에서 공모 활성화 본격화

운용사들도 공모 상품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


부동산펀드 운용사들도 리츠 AMC 인가 신청 봇물



업계 투자 기구(Vehicle) 다변화 계속될 듯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공모 라이선스 인가를 서두르는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특히 최근 리츠와 부동산 공모 펀드 등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는 공모 부동산펀드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공모 펀드는 18일 기준 3조 2,449억원 규모로 3년여 전인 2016년 말 1조 2,594억원에서 157% 이상 성장했다. 또한 공모 리츠 상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 상장이 흥행에 성공한 후 그 여세를 몰아 작년에는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가 상장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투자회사법이 만들어지면서 리츠가 도입되고 2004년 부동산펀드가 등장한 후 20여년 간 사모 중심으로 성장해 온 부동사간접투자 시장에 공모 시장 활성화라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그간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반쪽자리 시장”이라며 “앞으로 공모 시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동산자산운용사들도 공모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투자기구(Vehicle)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번에 공모 부동산펀드 라인선스를 신청한 운용사들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 운용사들의 리츠 AMC 인가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이지스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리츠 AMC 인가를 받고 리츠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KB자산운용·KTB자산운용·삼성SRA자산운용·켄달스퀘어자산운용 등이 국토교통부에 리츠 AMC 인가를 신청해 둔 상태다. 이중 삼성SRA자산운용과 켄달스퀘어자산운용은 사모 운용사로 지금까지 공모 상품 출시 경험이 없다.

상장리츠는 대규모·영속형·포토폴리오형 상품이라는 장점…상장까지 오래 걸리는 단점

공모 부동산 펀드는 소규모, 단기 상품도 빠르게 출시 가능

이지스자산운용이 2017년 초 출시한 부동산 공모펀드에 담긴 바른빌딩 /사진제공=이지스자산운용이지스자산운용이 2017년 초 출시한 부동산 공모펀드에 담긴 바른빌딩 /사진제공=이지스자산운용




리츠와 부동산 펀드는 유사한 성격의 상품이지만 뚜렷하게 다른 특징이 있고 투자자와 판매사들도 선호하는 투자기구가 다른 만큼 운용사들은 앞으로 다양한 투자기구를 확보해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공모 리츠는 영속형, 포트폴리오형 상품으로 고민하는 반면 하나의 물건만 담는 상품은 공모 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판매사별 혹은 판매사 내 부서별로 선호하는 투자기구가 다른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리츠는 상장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한 반면 펀드는 상품을 출시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적절히 안배하면서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부동산펀드 공모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츠는 자산을 계속 편입하면서 영속형 상품으로 키워야 하지만 펀드는 100억~200억원 정도로 규모가 작아도 할 수 있고 2~3년짜리 단기 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며 “공모형 부동산펀드에 맞춰 준비된 상품들이 있는데 인가가 늦어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이 2017년 초 처음으로 투자자 모집에 성공한 공모 부동산펀드(이지스 코어오피스 공모부동산투자신탁 제117호)의 경우 서울 강남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바른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329억3,000만원을 모집했다. 앞서 2016년 말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퍼시픽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부동산펀드를 출시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후 개인투자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과 인지도가 높지 않았는데 이지스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1호 상품은 공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모집 규모가 너무 컸던 것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에 이지스운용은 실패를 교훈 삼아 개인들이 선호하는 규모의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운용과 마찬가지로 아직 공모 상품 출시 경험이 많지 않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용사들이 공모 라이선스 인가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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