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에서 24일 오후 3시39분께 발생한 산불이 초속 10m 안팎의 강풍 때문에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화재 현장이 내다 보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屛山書院)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병산서원은 산불이 난 야산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태워버린 화마도 강풍을 타고 불똥이 날아가 새 불을 만드는 ‘비화(飛火)’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낙산사 화재 때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기에 산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서원 건물에 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을 하는 등 초동 대응을 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측은 지난 24일 산불이 발생한 이후 25일까지 2차에 걸쳐 병산서원 주변에 긴급 살수 작업을 진행했다. 병산서원 주변에는 소방차 2대와 안전경비원·돌봄사업단 등 약 30명의 산불 진화인력이 대기하고 있다.
병산서원은 지난해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에 이어 세계유산 2관왕이 된 문화유산이다.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10㎞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학문으로도 이름을 날렸고 임진왜란 때의 공적으로 유명한 서애 류성룡(1542∼1607)을 기리는 곳이다. 류성룡은 1572년 풍산류씨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지금의 서원 자리로 옮겼고, 후학들이 1613년 서당 뒤편에 류성룡을 모신 사당인 존덕사(尊德祠)를 지으면서 서원이 됐다. 사액(賜額·임금이 이름을 지어 새긴 편액을 내리는 일)은 건립 250년 뒤인 1863년에야 이뤄졌다.
‘서애선생문집’과 ‘징비록’을 간행했고, 류성룡 저술 일부는 일본에까지 보급됐다. 17세기 이후 유생들이 연명한 상소인 유소(儒疏)를 수차례 조정에 올렸고, 통문을 만들었다.
서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만대루(晩對樓)는 기둥 36개가 마루를 받친 형태다. 다듬지 않은 주춧돌 위에 세운 기둥은 크게 가공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누마루에 오르면 노송과 백사장, 낙동강과 병산이 이룬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며 한국 건축사에서도 중요한 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