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이 처음 적용되는 오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울 소재 16개 주요 대학들의 평균 정시모집 비율이 37.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다.
또 전국 4년제 대학의 70~80%는 문과 수학과 사회탐구 과목으로 수능을 치러도 이과 계열 모집단위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29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2022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늘리기로 한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연세대·고려대 등 9곳이 2022학년도부터 ‘정시 40% 이상’을 조기 확정했다. 해당 학교는 건국대(40.0%), 고려대(40.1%), 동국대(40.0%), 서강대(40.6%), 서울시립대(40.4%), 서울여대(40.1%), 연세대(40.1%), 한국외대(42.4%), 한양대(40.1%) 등이다. 경희대(37.0%), 광운대(35.0%), 서울대(30.1%), 성균관대(39.4%), 숙명여대(33.4%), 숭실대(37.0%), 중앙대(30.7%) 등 나머지 7곳도 정시 비율을 모두 30% 이상으로 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수능 비중도 전년도 23.5%에서 37.1%로 급상승해 지난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고려대는 2021학년도 18.4%이던 수능 비율을 40.1%로 한 해 만에 21.7%포인트나 끌어올리기로 했다. 서울대도 30.1%로 전년(21.9%)보다 8.2%포인트 늘린다.
이로 인해 이들 대학에서는 수능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제치고 최대 전형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올 고3이 치르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는 16개 대학 중 단 1개 대학을 제외한 15개 대학에서 학종이 최대 전형이지만 2022학년도부터는 반대로 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 13개 대학에서 수능이 최대 전형으로 ‘롤러코스터’처럼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입김 한마디에 학종이 최대인 학교는 서울대·중앙대·광운대 등 단 3개만 남게 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게 된다.
서울 소재 인기 대학들이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는 것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 이후 도출된 교육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조처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정성이 강화되기보다 급격한 변화로 입시 제도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수능 확대로 내신 등 수시 전형에 강한 일반고의 영향력은 더욱 축소되고 수능에 강한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대입 지형에 변화가 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교 이과의 수학·과학 교육 축소도 논란의 대상이다. 2022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선택형 수능에서 이과 계열모집 단위에 미적분·기하 등 이과형 수학이나 과학탐구 과목 응시를 요구한 대학은 각각 56개, 62개에 그쳤다. 이들 대학에 합격하려면 전 과목 평균 내신이 상위 10% 내외에는 들어야 한다. 나머지 대학에 진학하려는 대다수 고교생들은 이과 진학을 준비한다고 해도 고교에서 이과 과목을 배울 필요가 없게 된다.
특히 서울대가 교과목 이수 형태로 도입한 가산점 방안도 주요 사립대로는 확대되지 않아 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생명과학Ⅱ 등 진로과목을 개설하는 고교 수가 극히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 수학에 가산점을 추가로 도입한 학교는 국민대·숭실대 등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그친다. 대신 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 등은 면접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교과전형을 새로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 입시에서도 이들 학교는 과학Ⅱ 선택을 요구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전 교육과정 수준 입시로의 회귀를 공고히 한 서울대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 서울 사립대 이과계열 학과 교수는 “심화학습 형태인 과학Ⅱ 교육이 서울대·KAIST 준비생 등을 제외하고는 사라질 수 있다”며 “갈수록 경쟁국 대비 수·과학 교육 수준이 떨어져 이런 상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