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기부금 유용 의혹을 제기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 논란에 대한 해명을 했다. 기부금 가운데 할머니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전체의 40% 정도라는 설명이다.
11일 정의기역연대는 오전 10시 30분 인권재단 사람 2층 다목적홀 한터에서 최근 논란이 된 후원금 집행에 대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염 운영위원장, 한경희 사무총장, 이상희 이사 등이 참석했다. NHK와 후지티비 등 일본 언론을 포함해 외신이 다수 참석할 정도로 기자회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날 회견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재정문제에 관한 정의연의 해명이 나왔다. 한 사무총장은 “언론에서 지적한 미진한 부분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노력할 것”이라며 “전담인력이 부족해 야근을 밥먹듯 하면서 일을 진행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의연이 보유한 총 자산은 작년 말 기준 22억 8,000만원이다. 이 금액 중 돈의 목적이 정해져 있는 목적사업기금이 총 자산의 64%에 달한다는 것이 정의연이 설명이다. 사용처가 지정돼 있기 때문에 피해자 할머니 지원에 사용하기에 힘든 돈이라는 것이다.
정의연 재정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제기한 피해자 지원사업이다. 우선 정의연은 지난 2017년 한일합의로 조성된 화해치유재단의 10억엔 지급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모금을 진행해 한 분당 1억원씩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당시 시민모금으로 7억원을 모았고 1억을 더해 할머니들에게 1억씩 여성인권상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의 기부금액이 전액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원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 사무총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 년도 일반기부수입이 22억 1,900만원에서 실제 피해자 지원사업비로 지출된 비용은 9억 1,100만원으로 41%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금액은 할머니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고 후원물품 등 다른 방식으로 쓰였다는 것이 정의연의 설명이다. 한 사무총장은 “할머니들과 친밀감 형성하고 가족 같은 관계를 맺으며 위로해 왔는데 이는 예산으로 표현할 수 없다”며 “생존 할머니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 가시는 길을 살뜰히 보살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의 부정확한 회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회계처리가 깔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의연은 기부금 수혜자 작성에서 서류 처리가 부적절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말미 질의응답 과정에서 수혜자들의 숫자가 ‘99’로 다수 표기된 것과 관련해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건수를 나누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실무적으로 금액에만 중요성을 두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공시가 엄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연의 후원금이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비판하며 수요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튿날인 8일 정의연은 후원금이 피해자 쉼터, 수요시위, 피해자 소송 지원 등에 사용됐다며, 회계 감사를 통해 사용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모금액이 전달된 영수증 4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수증에는 정의연이 이 할머니에게 생활지원금 등 명목으로 전달한 액수가 적혀있고, 이 할머니의 지장 또는 도장이 찍혀 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며 “30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인권과 명예회복을 바라며 정의연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해 오신 분들의 마음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의도치 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이경운·김태영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