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 ‘AI 동맹’을 무기로 도전에 나선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IT 기업 등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업체들간 ‘합종연횡’이 AI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T(030200)와 LG전자(066570), LG유플러스(032640)가 AI 협업과 공동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는 AI 기술과 인력 등을 공유하고 AI 서비스를 각자의 제품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 고객이 KT의 AI 플랫폼 ‘기가지니’를 사용하거나 LG전자 전자제품에 기가지니가 탑재되는 등 협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사의 협업 검토는 최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의 회담에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AI 협업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곧 공식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체간의 ‘AI 동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005930), 카카오(035720)는 이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SKT와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또 박정호 SKT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0에서 ‘AI 동맹’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사장은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CES에서 만나 AI 능력은 합치고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은 각자 가고 싶은 방향대로 디자인을 짜보자는 취지로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큰 흐름에서 공감대는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에 삼성전자 AI 플랫폼 ‘빅스비’ 이외에도 SKT ‘누구’, 카카오 ‘카카오아이(i)’를 호출할 수 있게 된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업체 대신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는 것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 재팬(운영사 Z홀딩스)은 경영 통합을 공식 발표하며 글로벌 AI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 합의서엔 “혁명적 모델을 통해 아시아와 전세계를 이끄는 AI 테크 컴퍼니를 만들고자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 통합 회사는 매년 1,000억엔(약 1조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AI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올해 1월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경영 통합으로) AI, 검색, 커머스, 테크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내 ICT기업의 동맹은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로 양분된 AI 시장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이뤄졌다. 국가간 서비스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각기 다른 역량을 가진 업체들끼리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CES 2020에서 “국내에서 잘하는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에 다 내주게 된다”며 “국내 ICT 기업들이 뭉쳐 ‘GAFA’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관계자는 “혼자 다 할 수 없는 시대”라며 “상대방의 흡수할 역량은 흡수하고 도움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