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감]1회 홈런 두 방 맞은 투수가 웃은 이유

그때 아들 둘이 경기장에 있었어요. 제가 1회에 홈런을 두 방 맞았는데, 아들 둘이 다 나한테 야유를 하더라구요. 홈런 두 개 맞았다고. 본인들이 더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하면서. 그런데 나중에 저한테 묻는 거예요. 홈런을 연거푸 두 번이나 맞았는데 미소까지 지으면서 던지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 홈런 맞아도 자신 있게 던진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게 아빠의 큰 재산이다. 누구나 맞으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을 겪고 그 일을 극복해낸 나를 잊지 않았다. 그 자신감, 그건 홈런 한번 맞는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다. (김수안,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2017년 스리체어스 펴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통산 다승, 탈삼진, 이닝 역대 1위의 대기록을 가진 투수 송진우. 어느 날 아들들이 응원하러 찾아온 경기장에서 그는 단 1회 만에 홈런을 두 방 맞는다. 어린 아들마저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끔찍한 경기장. 그러나 송진우는 마운드에 서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다시 공을 보냈다.



야구심리학자 김수안은 레전드 야구선수들이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고 정점에 도달했는지를 추적하고 탐구해왔다. 김작가는 송선수에게 ‘롤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는 그저 피식 웃었다고 한다. 송선수에겐 롤모델도, 멘토도, 좌우명도, 징크스도 없었다. 그에게 야구는 먼 하늘에 떠 있는 별도, 언젠가 완성할 막연한 꿈도 아니었다. 그에게 야구는 매일 숨쉬고 밥 먹듯 던지는 공과 연습으로 이어지는 일상이요 현실이었다. 어떤 공식이나 운, 타인의 발자취에도 기댈 수 없는 자기만의 길 그 자체였다. 송선수는 역대 최다승 투수이지만 동시에 최다패의 기록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인 사이 영 또한 역대 최다패 기록 보유자이다. 독한 슬럼프를 겪고 가장 많이 패한 뒤 끝내 미소 짓는 이가 결국 레전드로 남는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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