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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맨’ 문경준 “소셜미디어 글은 주최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KPGA 대회 마치면 주최사 등에 늘 장문의 감사 글

“어려운 시기에…” 최근 스킨스게임 뒤에도 열두 줄 인사

“2년 전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프로암서 크게 깨우쳐”

“아주 세심한 것까지 대회 신경 쓰는 모습에 선수로서 자부심”

내년 마흔인데 140㎏ 스쿼트, 20분 스트레칭으로 317야드 펑펑

“더 많은 대회 생기도록 동료들과 멋진 경기력” 약속

문경준. /사진제공=KPGA문경준. /사진제공=KPGA




지난 1일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문경준. /사진제공=KPGA지난 1일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문경준. /사진제공=KPGA


지난 1일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서 ‘끝내기 버디’를 터뜨린 뒤 환호하는 문경준. /사진제공=KPGA지난 1일 KPGA 스킨스 게임 2020에서 ‘끝내기 버디’를 터뜨린 뒤 환호하는 문경준. /사진제공=KPGA


“대회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상의 코스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회 운영을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문경준(38·휴셈)의 소셜미디어는 온통 ‘감사’다. 대회 하나를 마치고 나면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어김없이 장문의 감사 글이 올라온다. 대회를 개최한 주최사와 대회장을 빌려준 골프장, 운영을 맡은 대행사에까지 빠짐없이 감사인사를 전한다. 지난 1일 올해 첫 KPGA 주관 대회인 스킨스 게임을 마치고도 열두 줄에 이르는 감사의 글을 올려 어려운 시기에 대회를 만들어준 기업들과 골프장 등에 인사를 전했다.


문경준은 언제부터 ‘감사맨’이 된 걸까. 5일 전화로 만난 그는 지난 2018년 5월의 기억을 들려줬다. “KB금융 리브챔피언십 프로암 이벤트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님과 동반플레이를 했는데 아주 세심한 것까지 신경 쓰시면서 선수들한테 피드백을 구하시더라고요. 17번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티잉 구역의 위치가 갤러리 관람에 불편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빼면 어떻겠냐고 제 생각을 물으셨어요. 거리가 변별력으로 작용할 만한 홀은 아니어서 한 칸 앞에서 쳐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요.” 문경준은 “금융사 회장님이 18홀을 거의 다 걸으면서 열정적으로 코스 곳곳을 점검하는 모습에서 뭔가 크게 깨우치게 되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선수와 갤러리를 위한 ‘대회 이상의 대회’를 지향한다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에 버금가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직접 조언을 구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님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며 “그분들 입장에서 골프대회는 어쩌면 작은 마케팅 행사일 텐데 세세하게 디테일을 살피는 모습에서 선수로서 자부심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소셜미디어로 ‘감사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문경준은 “대회를 만드는 분들에게 이렇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경준은 프로골퍼로서의 삶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대학 교양수업을 통해 골프를 접한 그는 이후 스카이72 골프장 등에서 낮에 일하고 밤에 연습하는 연습생 신분으로 꿈을 키웠다. 데뷔 2년 차였던 2008년에 갑작스럽게 공황장애가 찾아와 이듬해 군에 입대해 정신적인 안정을 찾았고 2015년 데뷔 첫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제네시스 대상과 최소타수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대상 자격으로 유러피언 투어 시드를 받아 2~3월 오만 오픈과 카타르 마스터스를 경험한 그는 앞서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 측으로 참여한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도 출전했다.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자신감을 얻고 온” 대회였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드라이버 샷 거리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손을 많이 쓰던 스윙을 버리고 몸통 회전을 이용해 거리를 늘리는 쪽에 신경 쓰고 있다”는 그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이지만 오히려 거리가 늘고 있다. 최근 스킨스 게임 롱기스트 드라이브 콘테스트에서 무려 317야드를 보내 장타왕 보너스를 타기도 했다. 문경준은 “꾸준한 운동의 효과로 힘이 제법 잘 받쳐주는 것 같다. 자신 있게 세게 치고 있다”고 했다. 140㎏ 역기를 메는 스쿼트 등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주에 두 차례씩 해온 게 벌써 4~5년째다. 라운드 전이나 일상에서 20분간 스트레칭도 빼먹지 않는다.

세 아들의 아빠인 문경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휴식기 동안 육아에 매달리다 며칠 전부터는 오전6시에 연습장으로 ‘출근’하는 스케줄을 재개했다. 2020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러피언 투어 시드권이 유예돼 마음 편히 국내 투어에 전념할 여건이 마련됐다. 문경준은 “저는 한국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가 아닌데도 지난해 흐름을 잘 탄 것 같다. 우승을 놓친 뒤 한두 달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제 실력을 받아들이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게 하는 자극이 됐다”면서 “어느 대회장을 가든 경쟁력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더 많은 대회가 생기도록 동료들과 다 같이 멋진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문경준이 대회 주최사 등에 전한 소셜미디어 감사 글. /출처=인스타그램문경준이 대회 주최사 등에 전한 소셜미디어 감사 글. /출처=인스타그램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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