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경계심으로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망의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경제회복을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확진자 수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돌파했고 남미는 최근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누적 확진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베이징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신파디시장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3,539명으로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3만명대로 증가했고 20일에도 3만3,388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그간 미국 내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뉴욕과 뉴저지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 등 서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캘리포니아 4,363명, 텍사스 4,250명, 플로리다에서는 4,04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인구와 요양시설·은퇴자들이 많은 플로리다가 대형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주들은 경제활동 재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미국 안팎에서는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지 와일즈 랜드 오클랜드대 전염병전문가는 “미국이 포기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2차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남미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일 현재 중남미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0만8,000여명이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2월 말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을 돌파하기까지 3개월이 소요됐지만 200만명을 넘어서는 데는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브라질은 지금까지 100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미국 다음으로 많았으며 사망자도 5만명을 넘어섰다. 19일 브라질의 신규 확진자 수는 5만4,771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한자릿수 단위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떨어졌던 중국도 신파디시장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21일 오후 기자 브리핑에서 확진자가 8명이나 나온 펩시콜라 베이징 공장의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확진자 중 2명이 신파디시장 방문자였다. 또 이들과 밀접 접촉한 사람 87명은 격리됐다. 펩시는 베이징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첫 사례가 됐다.
앞서 베이징에서는 20일 신규 확진자가 22명 발생하는 등 하루 20~30명선의 확산세를 유지하고 있다. 11일 이후 20일까지 베이징의 누적 확진자는 227명이다. 베이징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이날 동남부 퉁저우구로 번지는 등 전체 16개구의 3분의2인 10개구로 확산됐다. 집단감염은 당초 펑타이구 등 서남부에서 시작됐지만 점점 동부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베이징시 외에 허베이성·랴오닝성·쓰촨성·저장성·허난성 등 중국 내 5개 성에서도 이 시장 관련 환자가 발생했다.
특히 중국의 대학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다음달 7~8일 치러질 예정이어서 방역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오카오는 코로나19가 발병 이후 중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가급 행사다. 올해 가오카오에는 전국에서 총 1,071만명이 응시하며 시험감독관 등 관계자가 95만명, 시험장은 40만곳에 달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