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의 아이콘’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대법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로 입원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캐서린 아버그 연방대법원 대변인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발열과 오한 증세로 오늘 아침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편안하게 쉬고 있으며 며칠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3년 여성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방대법관에 임명됐다. 취임 후 그는 150년간 남자 생도만 받은 버지니아 군사 학교의 여성 입학을 허가하고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주도하며 진보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장암·유방암·췌장암으로 잇따라 암 치료를 받으며 건강이 나빠졌으며 지난 5월엔 입원한 상태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전화로 진행된 변론에 참여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건강 악화로 사임할 경우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달라져 향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연방대법관은 보수 성향 5명과 진보 성향 4명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잇따라 진보적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긴즈버그 대법관 사임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면 연방대법원 판결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긴즈버그 대법관의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내게 좋은 판결을 내려왔다”며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