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 준비단은 지난 6월부터 공수처법 내규 개정 등의 방안을 내부 검토했다. 공수처 준비단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장 후보추천 절차가 지연되면서 끝까지 공수처장 임명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내규 개정을 봤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주요 내용은 통합당 몫 후보추천위원 2명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국회 교섭단체에 넘기는 등 추천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하 후보추천위운영규칙안)’과 같은 내용이다. 백 의원이 발의한 규칙안에는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위해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를 지체 없이 구성해야 하고 △기한까지 추천이 없을 때는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공수처 준비단의 내규 개정 검토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수처장 임명을 신속처리하겠다는 취지다. 내규 개정은 공수처 준비단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이는 청와대에서 “공수처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여당은 이러한 내규 정비 대신 법 개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규 개정이 모법에 반대돼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6조 8항에는 ‘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국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행정부 차원에서 내규로 정한다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법 개정은 여당이 강행하면 가능하다. 백 의원 발의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모두 여당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는 만큼 법의 상임위 통과를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 특히 법 개정안도 공수처법과 상충돼 논란이 크다. 공수처법은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하는데, 백 의원 발의안대로라면 이 원칙을 깬다. 발의안은 국회의장이 필요시 다른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권을 주도록 하는데 국회 내 교섭단체가 민주당과 통합당뿐인 상태에서 통합당이 아닌 ‘다른’ 교섭단체는 민주당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 내 교섭단체가 통합당과 민주당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다른 교섭단체를 지정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민주당에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선출권을 몰아주는 것과 같은데 모법에 어긋나는 규칙을 시행한다면 여야 충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준비단 측은 “공수처 추천위 위원 선임 부분은 내규를 통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백 의원도 앞서 내규 정비 논의에 대해 “와전된 내용인 것 같다”며 “바꾸려면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손구민·박진용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