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기업, 출구가 안보인다...삼성전자 2.6%↓, 현대차 10% 낮춰

[3분기 코스피200 영업익 하향전망]

한달전 완만한 개선 점쳤지만 코로나 재확산이 발목

펀더멘털 불안감·유동성 힘겨루기 장세 진행 가능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3·4분기부터는 국내 기업 실적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개된 경제활동이 재확산 국면에서 발목을 잡힐 경우 추가적인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정부가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의 플러스 성장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감에 펀더멘털과 달리 강세를 보였던 증시도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200지수에 속한 기업의 3·4분기 총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달 6일과 비교해 1.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일부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면이 있지만, 상당수 기업의 추정 영업이익이 지난달보다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특히 수출 중심 제조업체의 실적 하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분의1을 담당하는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지난달 초만 해도 3·4분기 영업이익을 9조4,605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16일 조사에서는 2.6% 감소한 9조2,147억원으로 변경했다.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영업이익 기대치가 6월 초 1조9,098억원보다 2.30% 줄어든 1조8,658억원으로 바뀌었다. 전통 산업의 경우 조정 폭이 더 컸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6월 초 대비 10.1% 줄어든 7,997억원, 포스코는 같은 기간 25.27% 쪼그라든 4,712억원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은 현재 경제 상황이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내려야 할 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기존 목표(-0.2%)보다 하향할 수 있다고 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실적 추정치가 줄어든 기업들의 경우 대체로 경제활동 재개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던 지난달 중순께까지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증가하다 최근 재확산 우려가 늘자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경제활동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고,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에서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악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4분기 경제 저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글로벌 확산 강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로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기업의 펀더멘털과 주가가 달리 움직였다. 하지만 앞으로 3·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는 정도가 더 심할 경우 주가의 추가 상승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3·4분기 신규 가입자 가이던스를 시장전망치(527만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250만명을 제시한 넷플릭스는 뉴욕 증시 시간외거래에서 12.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미국 기술주까지 실적 공포가 번지며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약세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해서 3월과 같은 급락장이 연출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시중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이 증시의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증시는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과 유동성이 힘 겨루기하는 장세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관심이 2·4분기 실적에 쏠린 탓에 지금까지 하반기 실적 조정에 따른 별다른 영향은 없다”면서도 “실적 시즌이 끝나고 난 뒤 하반기 실적 민감도가 높아지면 일시적인 조정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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