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경제계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하면 일자리 24만개 사라져”

5개 경제단체 "공정거래법 개정 신중을"

지분 매입 늘어나면 신규 투자 여력 줄어들어

의무지분율 상향-일감몰아주기 규제 충돌 지적도

주요 경제단체들이 지난달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자리 24만개의 창출 여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신중한 입법을 건의했다고 20일 밝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개정안이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신규로 지주회사가 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새로 편입하는 경우 충족해야 하는 의무 지분율을 높였다. 상장회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됐다.


단체들은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분 매입 비용이 늘어나면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16개의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30조9,000억원이다. 이를 투자하면 24만4,086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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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데도 반대했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 20% 이상 비상장회사이지만 개정안은 이를 모두 20% 이상으로 통일했다. 단체들은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신호로 인식돼 주가가 하락하고 소수 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일감 몰아주기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 거래 비중이 15.7%였으나 2018년에는 11.2%로 감소해 규제를 강화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자회사·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조정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제도 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는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을 축소하도록 하는 반면 지주회사 지분율 상향은 지분을 늘리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남용을 우려했다. 개정안은 전체 담합 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제를 없애 누구나 경성담합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했다. 이미 우리나라 고소·고발 건수는 2018년 기준 48만8,954건으로 연 1만건 수준인 일본에 비해 많은 상황에서 남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경쟁 사업자가 상대 기업에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거나 공정위·검찰의 중복 조사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금지와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협력업체와 공정이 연결된 제조업의 경우 일부 업체가 영업중지를 당하면 전체 공정이 중단돼 피해가 막대하게 증가할 수 있어서다.

단체들은 과징금이 상향될 경우 신규 투자나 성장동력 발굴이 아닌 사법 리스크 관리에 기업의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도 우려했다. 단체들은 “지금도 우리나라는 과징금 외에도 형사고발, 시정조치, 과태료 및 민사 손해배상 등으로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면서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행정처벌(과징금)이 동시에 부과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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