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신설·강화 규제 96.5%는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 안 받아”

예비심사서 비중요 규제로 분류해 본심사 없이 통과

국회 심의 안 받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이 84.4%

“규제 비용-편익 분석 충실도록 심사 내실화해야”




2017년부터 작년까지 정부 입법으로 신설·강화된 규제 중 96.5%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본심사를 거치지 않고 통과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규제 비용과 편익 분석을 보다 충실히 하도록 규제심사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7~2019년 신설·강화된 규제 관련 규개위 심사 결과와 규제개혁백서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3년간 신설·강화된 규제 3,151건 중 예비심사에서 ‘중요규제’로 분류돼 규개위 본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는 3.5%인 110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면 규개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서면으로 진행하는 예비심사에서 ‘중요규제’로 분류되면 분과위원회나 본위원회에서 본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비중요규제’로 분류되면 이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중요규제의 기준은 규제를 받는 집단과 국민이 부담할 비용이 연간 100억원 이상이거나 국제 기준에 비추어 규제 정도가 과도한 경우 등이다.


문제는 지난 3년간 신설규제의 97.5%, 강화규제의 95.2%가 비중요규제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규개위 심의를 거친 110건 중에서도 철회 권고를 받은 규제는 10건으로 전체 신설·강화 규제 가운데 0.3%에 불과했다. 최근 10년간 신설·강화된 규제 중 중요규제로 분류된 비율은 2014년까지 10% 이상이었으나 2015년부터 10% 미만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2.3%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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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경련은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 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을 제한하는 금융업 감독 규정이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등은 규제비용과 규제를 받는 사람 수, 기업의 부담, 국제기준 등을 고려할 때 중요규제로 분류돼야 할 사안이지만 비중요규제로 분류됐다”고 꼬집었다.



전경련은 신설·강화 규제의 84.4%가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법령별로 보면 고시나 지침, 규정, 요령 등 행정규칙에 규정한 경우가 31.7%로 가장 많았고 시행령(27.7%), 시행규칙(24.9%), 법률(15.6%) 순이었다. 법률로 규정된 신설·강화 규제 비율은 2017년 22.8%, 2018년 15.1%, 2019년 8.3%로 하락했다.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제출하는 ‘규제영향분석서’의 비용·편익 분석 부분은 공란이거나 0으로 기재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규개위 본위원회 심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원안대로 통과된 규제도 있었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요·비중요규제 구분을 더 엄밀히 하고 규제비용·편익 분석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매월 전체 규제 수와 함께 신설·강화, 폐지·완화 규제 리스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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