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언택트’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호캉스’가 주목받고 있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불안감 때문에 도심에서 쾌적한 휴식을 즐기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는 최적의 호캉스 여행지로 꼽힌다. 평소 오피스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한강 조망의 호텔이 많은데다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산책과 야경, 일몰, 수상레저 체험까지 호사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관광재단은 여의도 호텔에서 하루 이틀 지내면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1박 2일 여름휴가를 추천했다.
여의도에서 조금만 발을 뻗으면 한강의 섬, 선유도공원이 있다. 선유정수장을 재활용한 국내 최초의 환경재생생태공원으로 물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생태 정원, 공원의 환경과 생태계를 교육하는 전시 공간, 숲과 조망이 있는 휴식 공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한 공원이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걷어낸 ‘녹색 기둥의 정원’은 기둥에 담쟁이넝쿨이 엉켜 자라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옛 정수장 지하 공간이었던 ‘시간의 정원’에는 이끼원, 고사리원, 푸른숲의 정원, 덩굴원 등 정원들이 모여 있다. 뼈대만 남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과 생기 가득한 식물과의 조화가 감탄할 만하다.
여의도를 둘러싼 여의도 한강공원은 북쪽으로 한강과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자연 친화적인 샛강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북쪽 한강 변에는 피아노물길, 물빛광장, 수상분수, 빛의 폭포, 수변 산책로, 서울색공원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다만 샛강생태공원 구역을 제외하면 그늘이 거의 없으니 여름철에는 늦은 오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겨도 좋고, 강변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지는 해를 감상하기도 좋다. 주말 저녁에는 버스킹 공연을 감상하며 귀 호강도 할 수 있다.
여의도공원은 여의도 한강공원과 연결돼 있다. 공원 출입구가 1번부터 12번까지 있는데 번호순대로 걸으면 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정문(출입구 1)으로 들어서면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광장인 ‘문화의 마당’이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배드민턴·농구·자전거·보드 등을 즐길 수도 있다. 문화의 마당 서쪽은 ‘자연생태의 숲’이다. 공원 내에서 가장 호젓하고 숲이 울창한 곳으로 계류를 따라 이어지는 데크 탐방로를 걷다 보면 생태연못에 핀 수련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전통의 숲’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로만 조성됐다. 버드나무가 둘러선 사모정에 올라 잉어 떼를 구경하거나 지당으로 흐르는 계류를 거슬러 올라가 소나무 숲길을 거닐어보자.
아름다운 한강을 만끽하고 싶다면 한강유람선과 오리배·수상보트·요트·수상스키 등의 수상레저 시설을 이용해보자. 한강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수상보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한강유람선은 매일 주야간에 스토리크루즈·뮤직크루즈·달빛크루즈 등 일곱 가지 테마로 운항하는데, 선상에서 불꽃 쇼를 감상할 수 있는 불꽃크루즈가 특히 인기가 많다. 여의도한강공원 동쪽 한강 파라다이스 건물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유람선과 한강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조금 더 이색적이고 문화적인 장소로는 문래동 문래창작촌을 추천한다. 2000년대 들어 공장 이전 정책 및 재개발로 업체들이 하나둘 이전한 뒤로 대학로 등지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든 곳이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거대한 용접 마스크와 망치 조형물이 나오는데, 이곳이 문래창작촌의 시작점이다. 뉴트로 콘셉트의 레스토랑과 카페·베이커리·펍 등이 들어서면서 골목이 활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