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빌린 돈으로 고가주택 매입...알고보니 부친돈

■다주택자 등 탈세혐의자 413명 세무조사

법인 세워 10여채 '갭투자'…현금증여 탈루 덜미

법인을 세워 10여채에 갭투자를 한 30대 직장인,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으로 고가주택을 매입했는데 사실은 부친 돈이어서 현금증여 탈루가 의심되는 매입자 등이 과세당국의 칼날 검증을 받게 됐다.

국세청은 수도권 및 일부 지방도시 주택시장의 과열현상에 편승한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를 다수 발견하고 개인 392명과 법인 21곳 등 총 41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세부적인 유형별로 보면 1인 법인을 설립하거나 수차례에 걸친 갭투자를 통해 다수의 주택 및 분양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자 등 다주택 보유자 56명과 회사자금 유출 혐의 9개 법인이 대상에 올랐다. 또 고액 자산 취득 연소자 등 62명, 편법증여 및 사업소득 탈루를 통한 고가 주택 취득자 44명, 고액전세입자 107명도 포함됐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주택 거래 관련 탈세의심자료 중 특수관계자 간 가장 차입금 등을 통한 탈세혐의자 100명, 주택 매매거래시 업다운 계약서 작성혐의자, 수수료 누락 등 탈세 혐의 부동산 중개업자, 기획부동산 등 35명 등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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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서울에 본인 주택을 보유한 30대 직장인 A씨는 자본금 100만원을 들여 지방에 1인 주주 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에 돈을 빌려줘(주주 차입금)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법인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면 자신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줄이고 양도소득세도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 받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뒤 분양권과 아파트 10여채를 매입했다. 국세청은 개인소유 아파트 취득자금 및 주주 대여금의 자금출처가 불분명해 그를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고 A씨가 아버지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은 증거를 포착했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20세 B씨는 고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산가인 부모에게서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혐의로 조사대상에 올랐다. 자금출처 조사 결과 아버지 C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실제 근무한 사실 없이 급여를 가공으로 수령했다. 또 큰아버지에게서 차입한 것으로 가장해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는 등 금융거래를 조작해 아버지로부터 편법증여를 받았다. 알고 보니 큰아버지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기 직전 아버지 C씨가 큰아버지 계좌에 대금을 입금했다. 관계부처 합동조사에서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모에게 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거나 친척 소유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자금을 매도자로부터 빌리는 등 대출 제한 조치에 따른 편법증여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국세청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878명을 조사해 현재까지 216억원을 추징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간부회의 등에서 ‘개인·법인의 다주택 취득, 보유·임대, 양도 등 부동산 거래 전 과정에서 정당한 세금 없이 편법적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과세할 것’을 지시했다. 국세청은 자금 출처를 철저히 추적해 편법증여 여부를 검증하고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과 특수관계 법인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이어 인천·대전지방국세청에도 ‘부동산거래탈루대응TF’를 추가로 설치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금 조성 및 회계처리 적정 여부, 수입금액 누락 및 법인자금 유출 여부까지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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