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코로나 장기화에 현금부터 챙겨라"...5월 통화량 증가분 60% 기업대출

5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15% 늘어

기업 통화량 한달만에 10조 급증

신규대출의 절반을 다시 다시 은행에 맡겨

현금 방출 작업 /이호재기자현금 방출 작업 /이호재기자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이 위기대응과 생존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대출을 받아도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다시 예금 등으로 은행에 돈을 쌓아두는 형국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6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일 뿐 아니라 전년 동월(2,773조2,000억원)에 비해 292조6,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이 5월 말 기준 1,373조4,000억원으로 1년 만에 177조3,000억원 늘어 통화량 증가분의 60.6%를 차지했다. 광의 통화량인 M2에는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기업대출의 증가 속도도 전체 통화량이나 가계대출보다 훨씬 빨랐다. 기업대출 잔액(5월 기준)의 지난해 동월 대비 증가율은 14.8%로, 통화량 증가율(10.6%)을 웃돌 뿐 아니라 가계대출 증가율(4.9%)의 3배에 육박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여건이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 확보에 몰리면서 통화량이 기업을 중심으로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대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고도 투자를 확대하거나 그만큼 생산활동을 늘리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의 예금주체별 통계를 보면 기업의 5월 말 예금 잔액은 479조1,853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말(432조4,629억원)보다 46조7,000억원이나 불었다. 기업의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272조4,000억원에서 1,373조4,000억원으로 101조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신규 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시중에 돌지 않고 그대로 은행에 잠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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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대출 등을 통해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기업 통화량(M2)에서도 확인된다. 기업 통화량은 2월 말 805조원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20조원가량씩 급증해 5월 말에는 862조원에 달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익을 낸 기업들은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 예금을 불리는 경우가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시설투자를 늘리는 업체들이 많지 않아 대출을 받아도 다시 단기 금융상품에 예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 투자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5.9% 감소했다. 3월(7.5%)과 4월(4.6%)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 선박 등 운송장비, 정밀기기 등 기계류 등에 대한 투자가 5월 들어 줄줄이 줄었다. 건설투자 증감률도 4월 -3.9%에서 5월 -4.3%를 기록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이 투자활동을 위한 현금 지출은 줄이면서 차입금은 늘리는 재무활동이 올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해외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미국 달러화 등 외화자금 확보에도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71억3,000만달러로 2월 말(528억4,000만달러)에 비해 143억달러가량 급증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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