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 구조의 맵에서 팀전을 치르는 경기에서 기본 세팅된 봇의 공격 범위가 알고 보니 달랐다. 이는 ‘버그(개발 상의 오류)’였고,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 그 사이 수많은 유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수없이 ‘랭크 게임(점수가 매겨지는 게임)’을 치렀다. 글로벌 프로 리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8일,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거짓말 같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블루 팀 대포 미니언 사거리가 레드 팀보다 7% (300:280)가량 길게 설정됐다는 사실이 게임 출시 10년 하고도 9개월 만에 발견된 겁니다.
롤, 11년간 미니언 사거리 차이 방치
현지 라이엇게임즈 직원은 “우연히 지난주 월요일(7월20일)에 이를 발견했고, 여러 번 사거리 수치가 맞는지 확인해봤다”며 “버그가 알파 시절부터 유지됐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버그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 알파란 소수의 일반 사용자가 테스트하는 ‘베타 버전’ 출시 전, 개발자를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거치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사실상 LoL의 탄생 단계부터 이 버그가 존재했다는 겁니다.
이에 유저들은 즉각 대포 미니언을 활용한 각종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한 유튜버가 실험 결과 인간 플레이어가 개입하지 않는 라인전 상황에서 블루 팀은 23번 승리했으나, 레드 팀이 이긴 건 10번뿐이었습니다. 블루 팀 승률이 2배가 넘는 겁니다.
LoL은 포탑을 부숴 골드를 얻고, 상대 넥서스를 최종적으로 먼저 파괴하는 팀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미니언을 잘 잡아서 챔피언의 능력치를 상대방보다 빨리 향상시키고, 각 라인을 밀어 전선을 형성하는 ‘라인전’을 영리하게 운용하는 게 LoL의 핵심입니다. ‘스노우볼(눈덩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이 라인전은 ‘한타(전면전)’의 향방, 나아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5일 10.16패치 통해 수정한다지만
특히 그간 ‘기울어진 협곡’ 위에서 치러진 게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이 전적 분석 플랫폼 ‘오피지지(OP.GG)’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솔로 랭크에서 149개 챔피언 모두 블루 진영 승률이 50.9:49.1로 미세하게 높았습니다.
2020 LCK(롤챔스 코리아) 스프링 정규시즌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프로게이머의 승률 역시 같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DRX와 그리핀 등 일부 팀의 승률은 블루 진영에서 레드 진영에 비해 20%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의도된 설정이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블루 진영 대포 미니언이 레드 진영 대포 미니언에 비해 사거리가 20 더 길게 설정되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LoL 개발팀에서 수 차례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에 따르면, 양 진영의 밸런스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버그와 함께 치른 프로경기 어쩌나
라이엇 측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오는 5일 10.16버전 패치에 수정사항이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엇 관계자는 “라이엇 게임즈는 의도되지 않은 밸런스 이슈에 대해서는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신속한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해당 버그는 즉시 수정됐고, 10.16 패치사항에 수정된 버그 항목으로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억명에 달하는 인기 게임에서 이처럼 명백한 버그가 오랜 기간 수정되지 않은, 다소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만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