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실험적으로 시작한 ‘고객중심 영업점’이 두각을 나타내며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같이성장(Value up together)’ 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고객중심 영업점은 일부 영업점에 대해 실적 경쟁을 없애고, 돈은 못 벌어도 좋으니 고객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자며 올해 1월 시작했다. 지점별 성과평가제도(KPI)도 배제했지만 출범 6개월 만에 오히려 활동성 고객 수가 늘어나는 성과를 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신림동 지점은 최근 열린 하반기 업적평가 대회에서 ‘같이성장 최우수상’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신림동 지점이 고객중심 영업점으로 지정된 뒤 6개월 동안 고객동반 성장과 사회적 금융 서비스 제공에서 가장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활동성 고객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7월까지 7.9%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고객 민원 건수는 0건으로 아예 사라졌다. 신림동 지점은 고령층과 외국인 고객이 많아 고객 대기시간이 항상 길어 민원이 많았던 곳이었다.
시중은행들이 ‘돈’은 안되고 ‘민원’이 많아 잇따라 지점 폐쇄를 결정한 지역에서 신한은행은 고객중심 영업점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임원회의에서 진 행장이 직접 고객중심 영업점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신림동을 비롯해 서울 신내동, 난곡, 오류동, 하계동 지점까지 5곳이 지정됐다.
이들 영업점은 시작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신한은행은 통상 차장, 부지점장을 거쳐 50대에 지점장이 되는 기존 체계를 깨뜨리고 해당 지점 지점장 공모를 차장급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신림동 지점은 신한은행 전체에서 가장 젊은 만 40세 지점장이 등장했다. 경쟁률은 50대1까지 치솟았다. 진 행장의 실적경쟁이 아닌 가치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KPI도 영업점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고객 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는 취지였다.
신림동 지점의 경우 장기 과제였던 고객 대기시간 단축을 최우선 KPI 항목으로 삼았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밀집된 지역 특수성 탓에 디지털을 통해 해결 가능한 업무조차 영업점을 찾다 보니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일일이 모바일 활용을 안내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 오픈뱅킹 가입자 수 전국 2위 지점이 됐다. 디지털 금융에 소외될 수 있는 고령층의 어려움을 해소하자 자연스럽게 민원도 사라졌다. 아울러 고령층 고객의 편의를 위해 지역 병·의원, 약국과의 협업 활성화를 또 다른 KPI로 내걸었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전용 상품도 만들어 지역 밀착 상품으로 고객을 응대했다.
신한은행의 실험은 영업점뿐만이 아니다. 진 행장은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진정한 성과는 과정의 정당성에서 이뤄지며 정당성은 결국 성과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끈다”고 강조한다. 이미 진 행장은 올해 신성과평가체계인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해 영업점 평가체계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재설계했고,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과정의 정당성’을 재차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