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목숨까지 볼모로 잡으며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백지화를 요구했다. 1997년 정해진 한 해 3,058명의 정원으로 충분하고 특정 지역과 진료과목에 의사가 부족한 현상은 정부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면 해결된다는 논리다. 반면 의사 수가 늘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뭔가 부족해 보인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의사가 대량 배출돼 의료의 질이 떨어져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며 가정법을 구사하더니 ‘국민을 위해서’라고 서둘러 매듭짓는 모양새다.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아서, 지금 밥그릇을 뺏기기 싫어서라는 솔직한 이유를 애써 숨기니 주장에 힘이 쏙 빠진 걸까.
지난해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광역단체는 경북(57.8%), 가장 낮은 곳은 서울(44.6%)이다. 공교롭게 의사 수는 경북이 인구 1,000명당 1.3명으로 가장 적고 서울은 3.0명으로 가장 많다. 의사 수가 생사를 가른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진 올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료진 부족은 더 두드러졌다. 의사 수를 하루빨리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그렇게 형성됐다. 그나마도 정부는 시민단체의 아우성에도 의사 눈치를 보며 고작 10년간 현 정원의 13%만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10년 뒤 의사 4,000명이 늘었을 때 전체 의사 수에 미치는 영향은 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금 의대 정원을 조금도 못 늘리겠다며, 제도부터 바꾸라며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외면하겠다는 의사단체를 보면 평소 존경과 감사를 받던 그 의사 ‘선생님’들이 맞나 싶다.
우리나라 개원의 한 달 수입은 평균 1,875만원(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으로 같은 해 임금 근로자 평균 280만원의 6.7배에 달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의 무게나 의사가 되기까지 고통과 노력을 알기에 수입이 많다 적다를 논할 생각은 없다. 그저 의사들이 이런 부와 명예에 걸맞게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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