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미뤄주는 조치가 6개월 더 연장된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폭탄 돌리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기업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며 적극적인 논란 진화에 나섰다. 금융권 일각으로부터 ‘개미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을 산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해서도 “공매도 재개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공매도 금지는) 한시적인 조치라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10문 10답’ 자료를 내고 최근 결정한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및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 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당초 오는 9월 말까지로 계획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6개월 한시로 시행됐던 공매도 금지 조치도 6개월 추가 연장했다.
'포퓰리즘·폭탄돌리기' 우려에...정부 "선제적 부실 예방" |
금융위는 이에 대해 “실물 부문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 지원은 금융권 부실을 예방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금융 지원으로 기업 도산을 방지하고 실물경제 회복을 견인하면 부실채권을 억제해 금융사의 건전성도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특히 금융권의 이자상환 유예 실적이 1,075억원(9,382건)임을 감안할 때 금융권의 부담이 매우 크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에 이자상환 유예를 받는 기업은 자본잠식이나 폐업 등의 부실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일시적으로 자금부족이 발생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으로 복귀하면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는 기업인데 이들을 방치하면 오히려 경제 전체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연장 필요성에 대해 금융권에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며 “금융권에서도 실물지원 필요성에 큰 거부감 없이 공감하며 동참했다”고 전했다.
"금융지원 실탄 아직 충분하다" |
이에 금융위는 “현재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2차 프로그램과 각종 시장 안정을 위한 펀드·기금 등의 지원 여력이 비축돼 있다”며 “이를 활용해 적기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총 68조원 가운데 약 73%(49조5,000억원)가,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지원 프로그램과 증안·채안펀드 등 각종 금융시장 안정 프로그램은 총 73조5,000억원 가운데 약 21%(15조8,000억원)가 집행됐다. 40조원 규모로 마련된 기안기금은 3개월째 아직 지원 실적이 없다.
금융위는 “현재까지 해당 프로그램들의 지원여력이 남아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1차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9조4,000억원이 남아있는 2차 소상공인 지원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재적소에 지원하고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함께 프로그램 보완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한시조치...제도개선 서두를 것" |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며 “이런 점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추진하려 했던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지 못한 측면도 함께 고려했다”며 “연장된 금지 기간 중 시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제도 개선 사항을 신속하게 검토·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블 확대 우려에 대해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수치를 근거로 반박했다. 금융위는 “국내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점 대비 높은 상승률을 시현했다”면서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주요국과의 PBR, PER 격차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그 격차가 축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한국 증시의 PER 평균값은 21.76배로 영국(95.1배), 프랑스(43.82배), 독일(40.56배), 미국(28.13배), 일본(26.32배)보다 낮다. PBR도 한국이 평균 0.96배로 미국(4.03배), 독일(1.6배), 프랑스(1.56배), 영국(1.47배), 일본(1.29배)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