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 윤희숙과 강남 정치

구경우 정치부 기자




지난 7월30일 본회의장에서 목청을 높인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손은 파르르 떨렸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이 연설 직후 윤 의원은 스타 의원으로 부상했다. 경제전문가에서 국회의원이 된 그가 전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부동산 법안이 그 어떤 진중한 논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본 후 내놓은 연설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그의 활약은 예견된 것이었다. 경제정책을 취재한 기자라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윤희숙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선거 전 ‘어떤 상임위에서 활약하고 싶냐’는 질문에 “사실 모두 자신 있다”고 답했다. 준비된 그는 통합당의 절반을 차지하는 초선 중에서도 어차피 당선될 운명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수사(修辭)다. 유명해진 후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서둘러 나온 말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 “1%의 기본권”이다. 여전히 부동산 과세를 보는 눈은 반으로 갈라져 있다. 의도치 않게 폭등했지만 팔 수 없는 자산가치를 보는 시선, 그리고 기업처럼 재평가된 자산도 이익이라고 보는 눈도 있다. MB정부 초기 종부세를 두고 “부자 가슴에 대못”을 말한 강만수 경제팀은 옳든 그르든 결국 해체됐다.


교육과 관련한 그의 말은 솔직히 섬뜩했다. 해외 석학의 연구를 끌어와 “대한 진학 여부는 7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한 말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말이다. 지역구인 서초구가 아닌 수해가 집을 삼킨 전남 구례의 학부모는 그의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그가 11년 동안 수학 시간이 괴로웠을 것이라고 추정한 ‘언니는 수포자’의 글도 마찬가지다.



정작 기자는 그가 하는 주장에 90% 동의한다. 조세 정의 문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동떨어진 교육현장은 엄청난 문제다. 하지만 이른바 강남·서초구에 기반을 둔 정치인 윤희숙의 수사는 갸우뚱하게 만든다.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 최저임금 결정을 “전문가들에게 맡기자”고 단칼에 낸 결론을 정치인으로서 실현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의 반발로 상상하지 못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그가 지역구에 기대 ‘1%의 기본권’을 말할수록 중도로 확장하는 미래통합당이 설 땅은 줄어든다. 더 유명해질 그가 그저 ‘강남 정치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