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탄핵 후예" "국민의짐"… ‘통합당→국민의힘’에 날 세운 與 일각

정청래 의원 등 “도용을 중단하라”

野 국민의당은 “진짜 혁신 바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꾼다. 보수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통합당이 그동안 국민의 정부, 국민의당 등 중도·진보 진영이 선호해온 ‘국민’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당명을 채택해 ‘탈이념화’에 대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통합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좌클릭’ 가속화 신호탄을 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도용했다” “국민의짐”이라는 등의 비판 목소리도 제기된다.


통합당은 31일 비대위 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새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모으는 힘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통합당은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국민 대상 당명 공모전을 진행한 가운데 다수가 제안한 ‘국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을 만들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는 국민의힘과 함께 ‘한국의당’ ‘위하다’ 등이 최종 후보로 보고됐다.

통합당이 9월1일 상임 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민의힘을 당명으로 확정하면 올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전진당 등이 합쳐져 탄생한 통합당은 7개월 만에 새 간판을 달게 된다. 시계열 기간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넓히면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에 이어 세 번째, 1987년 민주화 이후로 확대하면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바꾸는 셈이다.

보수정당은 지금까지 주로 위기상황에서 과거와의 단절,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당명을 변경했다. 신한국당으로의 개명은 단절에, 새누리당으로의 개명은 쇄신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개명의 목적은 쇄신 쪽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영입됐던 김 위원장은 2012년 당명이 바뀐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경제민주화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를 본격적으로 주창했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이 바뀌면 기본소득 보장과 경제민주화 구현 등의 좌클릭 화두가 더욱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진보층의 표심을 얻는 데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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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향후 통합당의 노선을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어쨌든 이념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며 “이념적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 일부에서는 이 이름이 과거 시민단체나 정당의 이름을 도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명백한 이름 훔치기”라며 “17년 전 결성한 우리 시민단체 ‘국민의힘’이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자신이 2003년 시민단체 국민의힘 공동대표였다면서 통합당을 향해 “당신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민의 힘이 조롱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후예가 무슨 국민의 힘을 운운하나. 국민의 짐이 될 뿐”이라는 글도 연이어 올렸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2년 만들어진 정당 국민의힘을 거론하면서 “빼끼기(베끼기) 대왕? 부결될 듯”이라고 적으며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최민희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분화할 당시 명계남 선생과 정청래 의원이 만들었던 단체”라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당은 이와 관련,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당명과 함께 실제 내용을 변경하고 혁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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