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중국 방송사와 맺은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한 시즌 만에 해지했다.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로서는 2020~2021시즌 운영에 재정적 타격이 가중될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 등 현지 외신들은 프리미어리그가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3년간 5억6,400만파운드(약 8,900억원)를 받기로 한 중국 스트리밍 서비스 중국 PPTV와의 중계권 계약을 해지했다고 4일(이하 한국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프리미어리그 해외 중계권 시장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큰손’이다. PPTV 계약은 2019년부터 2022년 예상 중계권 수입인 40억파운드(약 6조3,212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몇몇 프리미어리그 구단들도 중국 투자자와 스폰서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계약 해지는 오는 12일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둔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에 충격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 진행으로 이미 입장권 판매 등 수천억 원의 마케팅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재정적 걸림돌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측은 이번 계약 해지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등은 PPTV가 올해 3월에 지불해야 할 1억 6,000만파운드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PPTV를 소유한 중국 기업 쑤닝은 이탈리아프로축구 세리에A 인터밀란의 지배지분도 갖고 있다. PPTV는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을 정치적 이유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BBC는 “이번 계약 해지는 영국이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설립에서 중국의 거대 통신회사인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중국과 영국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나왔다”며 “최근 영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영국해외시민여권(BNO)을 가진 사람들이 영국으로 올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하면서 긴장이 더 고조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