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동헌칼럼] 부동산정책, 국민공감이 필요하다

고려대 교수, 경제학

정부 가격개입으로 시장 기능 저해

더 힘들어진 임차인·1주택자 저항

투기세력 차단·집값 잡아야 하지만

무리수땐 국민 분열·사회갈등 커져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3·4분기 경기회복의 기대는커녕 경기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신 바짝 차리고 국가 총력을 기울여도 이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싶은 이 시점에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일제 인상 등 징벌적 수준의 세금폭탄, 부동산 규제강화를 위한 부동산감독원 신설 추진 등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으로 나라가 들끓고 있다. 주택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에 총력을 기울여야겠지만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 공감을 얻기는커녕 수많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무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은 온 국민이 수요자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격변동이나 정책에 민감하다. 어찌 보면 전 국민이 전문가일 정도로 관심도 지대하다. 부동산은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한 지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산업화와 함께 농어촌의 수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밀려들면서 거주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됐고 그 중심에 아파트가 효율적인 주거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폭발적인 주택 수요도 감당하기 위해 목동·분당·일산 등을 중심으로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라는 공급 대책을 마련했고 이후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및 제2기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진행했다. 부동산은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온 과정에서 언제나 주거공간으로 국민 모두에게 생필품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동시에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수요는 부동산을 주요한 부의 축적 수단으로 인식됐고 국민들 역시 투자 수단으로 활용했다. 여타 자산과 같이 부동산도 초과수요가 시장의 기대심리와 맞물릴 때는 가격변동성이 커지고 이런 상황을 틈타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또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할 때는 임대인 우위의 ‘공급자 교섭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차인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고 주거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 경우 정부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임차인을 보호해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주거복지를 도모하는 데 핵심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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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의 공감능력은 정책적 조치를 통해 국민의 경제적 후생이 증대할 것이라는 국민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주 52시간제 근무시간 제한은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 정부 정책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 다주택자 중 투기세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평생 노력해서 노후 대책을 위해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치부하는 정책은 부작용이 뻔하다. 정부가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며 직접 가격 개입에 나서지만 오히려 시장기능을 저해하고 거래 교섭력이 약한 임차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세금폭탄 수준으로 부동산세 인상을 밀어붙이지만 1주택자들은 징벌적 과세라며 저항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정책은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국민은 주택이 삶의 터전으로 생필품인 동시에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투자가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삶의 터전을 지원하는 주거복지에 충실하면서도 주택시장이 가격 거품 없이 잘 작동해 주택가격의 안정성이 담보되고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른 부동산의 취득·보유·세금납부 및 임대차 거래가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국민의 경제적 후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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