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회사채 수요 위축에...공모시장 데뷔 절반↓

코로나여파 시장 변동성 확대 속

실적 악화로 발행 실패 우려 커져

기업 신용노출 적은 장기CP 선호

"편의성만 취해 시장 왜곡" 지적도

1015A23 올해공모채시장데뷔



올해 회사채 시장에 데뷔하는 기업들의 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데다 실적까지 나빠지면서 회사채 발행 실패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기업들은 발행조건이 까다로운 회사채 대신 장기 기업어음(CP)을 찍어내고 있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를 찍어낸(초도발행) 기업은 총 11곳으로 지난해 23곳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연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회사채 시장에서 ‘새 얼굴’의 등장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채 초도발행 기업 수의 감소는 저신용 등급 기업에 대한 냉랭한 투자심리와 맞물려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를 처음으로 발행하는 기업 대다수는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회사채를 첫 발행한 기업 가운데 74%가 A등급 이하 기업들이었다. BBB등급도 13%나 됐다.


하지만 올 들어 저신용 기업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기업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OCI·HDC현대산업개발·현대일렉트릭 등 기존 A등급 회사채가 잇따라 시장에서 미매각된 것도 초도 발행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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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적이 나쁘면 그만큼 발행조건 산정이나 수요 예측 과정에서 더 불리해지는 탓이다. 회사채가 발행된 뒤 추후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금리)은 모두 회사의 민평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에 자칫 추후 자금 조달 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낙인 효과를 우려한 일부 기업들은 공모 회사채 대신 장기 CP로 눈길을 돌렸다. 시장의 수요예측 없이 간편하게 발행할 수 있고 신용등급이 20단계(AAA~D)까지 세분화돼 있는 회사채와 달리 12단계(A1~D)에 불과해 발행사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만기가 1년 이상일 경우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하지만 보호예수 등 전매 제한 조치가 있을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도 면제된다. 올해 초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가 장기 CP로 발걸음을 돌린 편의점체인 코리아세븐 등이 이런 사례다. 롯데알미늄과 부산롯데호텔·롯데지알에스·한라도 잇따라 단기금융시장을 찾아 2~3년물을 조달해갔다.

올해 장기 CP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사실상 회사채와 비슷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시장에서 거래돼 정보의 비대칭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 CP는 사실상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라며 “발행사로서 의무는 최소화하고 조달 편의성만 취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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