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경제 정상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중국 신장위구르의 강제노동 관련 다섯 가지 수입금지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수입금지 제품에는 위구르에서 생산된 면화·토마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제품들이 위구르족의 인권침해 및 강제노동과 연루됐다는 이유에서다.
브렌다 스미스 미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 집행위원은 이날 로이터에 “이번 조치는 면사·섬유·의류 등 면제품과 토마토 관련 공급망 전체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두 나라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세계 면화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이 신장위구르에서 나와 수입금지가 실행될 경우 관련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7월에도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강경 대응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을 고리로 즉각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이날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대만을 방문하는 미국 관리 및 기업인에게 중국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올렸다. 그는 “대만 방문을 준비 중인 미국 관리들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중국인들은 감히 대만 문제로 중국을 도발하는 미국인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의 단교 이후 미국 측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장관이 지난달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는 등 미국과 대만이 밀착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남부 대홍수가 잇따라 덮친 중국에서 내수부진으로 생산자물가가 사실상 14개월째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동월 대비 2.0%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락폭은 전달(-2.4%)보다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1.9%)보다는 높았다. 중국 PPI는 올해 1월(0.1%) 소폭 상승한 것을 빼고는 지난해 7월(-0.3%) 이후 사실상 14개월째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키면서 경제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수부진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계속된 남부지방의 대홍수도 악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해외 수요 회복도 아직은 쉽지 않은 상태다.
내수부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4% 올랐는데 이는 전달(2.7%)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의 올해 CPI 목표치인 3.5%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