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김정은에 핵은 못 파는 집”... 대북 환상서 벗어나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부동산에 빗대 “마치 어떤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며 그들은 이것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전해졌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미 정상 간 세 차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양보가 없었던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셈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보유 집착은 2017년의 비핵화 약속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핵무기 개발 징후 등에서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준비를 암시하는 활동까지 포착됐다.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추가 도발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말로만 ‘평화 타령’을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이벤트에 매달리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7일 “남북이 주도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빗댄 말이다. 북핵 폐기보다는 평화를 더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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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핵화 문제에서 한미동맹의 한 축인 미국과 균열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곤란하다. 자칫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보란 듯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린 북한이 또 도발을 자행할지 알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헛된 대북 환상론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한미공조를 통해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현 정부가 늘 외쳐온 한반도의 평화를 가능하게 하고 우리 안보태세도 튼튼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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