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아직 1년 만기가 남았는 데 전세 낀 집은 요즘 잘 안 나간다고 합니다. 부동산에서 그러는 데요. 벌써 파는 게 골치 아픕니다”
“매수자 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받으려고 하는 데 기존 세입자가 갑자기 갱신권을 쓴다고 해서요. 이사 비용 줄테니 나가 달라고 했는 데 골치가 아프네요”
한때 갭투자자용으로 주목을 끌었던 전세 낀 주택 매물이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세입자가 있는 물건이 즉시 입주 가능한 물건보다 싼값에 팔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 4단지 전용 84㎡의 경우 세입자가 없어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 호가가 13억원이다. 반면 이와 달리 전세 낀 물건은 12억1,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호가 격차가 9,000만원에 이른다. 대출규제에 이어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이른바 전세 낀 매물이 시장에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6개월 이내에 입주하지 않으면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니 예전처럼 갭투자로 사뒀다가 1~2년 뒤 입주하기는 어렵다”며 “임대차법까지 시행되면서 전세 낀 매물은 자연스럽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17대책과 7·10대책을 통해 조정지역에서 집을 매수할 때 담보대출을 받고 6개월 이내에 실제 입주해야 하는 조건을 붙였다. 아울러 매수 1년 내에 기존 집을 팔지 않을 경우 취득세도 2주택자에 해당하는 8%를 납부해야 한다. 갭투자 물건 취득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 임대차 3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갈 곳을 찾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기존 셋집을 잘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권을 청구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구매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부동산 카페에는 전세 낀 집을 사야 하는지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곡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전세 낀 대형 평형이 급매로 14억원에 나온 곳이 있는데,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며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할 경우 13억5,000만원까지 낮출 의향이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최근 전용 84㎡가 13억원에 매매됐는데 전세를 끼지 않고 있어 매수자가 바로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계약이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도 임차인이 있는 경우 집을 살 경우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의 거주 기간(2년)을 보장하고 집주인이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계약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임차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다는 걸 전제로 세입자가 있는 집에 매매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갭투자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길게는 4년 까지 매매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