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코로나19 사태와 中은행권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中 확장정책 따라 돈 풀었지만

대출선·임금 구조조정 등 박차

15대銀 위주로 부작용 최소화

팬데믹發 위기 방어 주목할 만




최근 중국 대표은행 15개사의 반기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몇년간 중국 내 소형 도시은행의 파산이 문제시됐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 부문의 충격과 격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은행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읽을 수 있는 단초다. 중국 은행권의 자산은 지난해 말 290조위안(약 5경원)으로 어마어마하다.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ICBC)을 포함한 6대 초거대 국유은행, 그 밑에 42개 상장은행, 그리고 도시·지방·민영은행 등 300여개로 구성된다. 규모 집중도도 아주 높다. 6대 국유은행 55%, 15대 은행 77%, 100대 은행 95%의 자산 비중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 100위권 밖의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중국 은행들은 당국의 경기확장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 실물경제가 호우성 장마를 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상반기 경제성장률 -1.6%에 신규 대출이 13.0%나 증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충분한 자금 공급, 이자율 인하, 적정환율 유지 등에 주력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대출원금 상환 및 이자징수 유예에 적극적이다. 최우량은행인 중국은행(BOC)은 상반기 원금상환 유예를 7,400개사, 이자지급 유예를 3,000개사에 각각 해줬다. 은행권 전체는 실물 부문에 대해 8,700억위안의 부담을 줄여줬고 연말까지 1조5,000억위안을 경감해줄 계획이다.


이는 은행권의 이윤 감소와 부실채권 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윤은 전년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최우량은행인 6대 국유은행은 평균 1.4%의 부실채권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는 1.9% 수준이다. 다행인 것은 은행권 전체가 안고 있는 2조7,400억위안의 부실대출 규모에 비해 5조위안의 대손충당금을 적립(적립률 182%)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6월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이 0.71%,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2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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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출선 구조조정도 강화하고 있다. 은행 창구지도를 통해 기술혁신·친환경·친서민의 3대 거시 경제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술혁신이 핵심이다. 모방경제 탈피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민간, 중소기업, 중장기 미래 먹거리 제조업 투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 분야가 창의력 극대화의 핵심인 점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25% 전후)은 내부적으로 지키려 한다. 상반기 서민·소액대출(26.5%), 중장기 제조업 대출(24.7%)은 대출 평균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

마지막으로 인사다. 15대 은행의 경우 은행당 평균 15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미 은행 운영 디지털화로 인력감축을 실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특별히 추가 감원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임금삭감 가능성은 있다. 흥미롭게도 6대 국유은행의 평균 연봉이 26만8,000위안(약 4,500만원)으로 9개 중견은행 임금 평균 48만2,000위안에 못 미쳤다. 직무 강도는 약하지만 안정적이라는 요인이 크다. 15대 은행의 상반기 임금은 전년동기 대비 평균 1만7,000위안(8%) 줄어들었다. 기본임금 삭감의 결과가 아니라 경영상황 악화로 인센티브 지급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경제를 우려할 수준까지 떨어뜨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실물충격 흡수, 위기에서의 중장기 정책방향 전환 실행, 은행원 임금 조정의 인센티브 지급분 활용 등이 돋보인다. 나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문제가 됐던 지방은행의 연쇄 파산도 자산 규모상 은행권 총자산의 1%에 훨씬 못 미친다. 15대 은행에 문제가 없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 중국 은행권도 지난한 위기 속에 진화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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