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매로 나온 울산 내 한 자동차 부품 업체의 공장에는 납품하지 못한 부품이 쌓여 있다. /양종곤기자
경남에 위치한 항공기 부품업체 A사는 올해 4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휴업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매출 의 90%를 차지해 온 수출이 급감해서다. 수주해 놓은 물량은 이미 소진됐는데 신규 물량이 없다 보니 7월부터는 일손을 놓고 있지만 매월 직원 월급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전남에 위치한 금속업체 B사는 6월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B업체 관계자는 “건설이나 철강산업이 불황이라고 할 때도 매출이 줄지 않았는데 이번 코로나19 여파는 완전히 다르다”며 “고정비를 대출로 해결하다 보니 재무부담이 너무 커 고심 끝에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폐업이나 구조조정 등에 나서면서 공장기계나 설비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13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자산거래중개장터’에 따르면 거래매물로 올라온 중고 기계·설비 건수는 올해 1월부터 9월10일까지 387건이다. 작년의 440건에 육박하는 규모다. 연말로 갈수록 코로나19 피해가 더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올해 기계·설비 매물은 작년 규모를 훌쩍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8년에는 390건이 었다.
중소기업의 기계나 설비매물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은 전통적인 주력산업의 부진에다 코로나19 여파로 업종 전환이나 휴·폐업을 결정한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계·설비가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 67.7로 전년 동기 대비 6.8% 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5.5%)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계나 설비 매물 뿐만 아니라 공장 전체를 급매로 내놓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공장 매물은 월 평균 400여건에 달한다. 특히 공장을 급매로 내놔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 보니 경매 거래가도 급락하고 있다. 통상 감정가의 60%에서 경매 가격이 결정되지만 최근에는 30%대로 낮아진 사례도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