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또 '對韓강경파' 日총리…징용 등 갈등해소 기대 어려워

■'아베 시즌2' 스가 시대 막 올랐다

<1>최악의 한일 관계…극적 반전은 없다

기존 한일청구권협정 강조하며

정책집서 "미일동맹 중요"언급

양국관계 개선 가능성 크지 않아

아베 '야스쿠니 참배' 만류 전력

올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서

경색국면 돌파구 모색 분석도

‘상왕’의 축하?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상왕’의 축하?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관방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가 기로에 섰다.

그간 아베 신조 내각의 입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던 스가가 총재 출마 선언 이후에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징용 문제 등을 놓고 한일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원론적 수준이지만 스가 신임 총재가 최근 들어 한일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경색된 한일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스가를 차기 총재로 선출했다. 예상대로 압도적인 표차의 당선이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 합계 535명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는데 스가는 유효투표 534표 중 377표를 득표했다. 스가와 함께 선거에 출마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각각 68표, 8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총리 선출은 16일로 예정돼 있어 아직 공식적으로 총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만큼 스가 내각의 막이 오른 셈이다.



총재 후보에 오른 인물 중 공개적으로 아베 정권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스가가 총재로 선출되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스가는 그간 여러 차례 한국에 각을 세우는 발언을 이어왔다. 관방장관 재직 당시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총재 출마를 선언한 후에도 한일관계의 기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만큼 한국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스가가 총리로 취임한 후에도 징용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정책집에서도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일미동맹을 기축으로 한 외교·안보정책을 펼치고 중국을 위시한 근린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혀 의도적으로 한국과 거리를 두려는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이는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강조한 스가가 아베 내각처럼 한일관계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스가 내각에서도 한일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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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가가 일본 정부 대변인이고 한일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나온 발언들이라 총리가 된 뒤 좀 더 유연하게 한일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스가는 과거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만류하거나 일부 정치인이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때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자민당 총재후보 토론회에서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발언도 나왔다. 스가 총재는 12일 “일미동맹을 기축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중국과 한국 등 인접국가들과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촉해 상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스가 총재가 강경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고수해온 아베 총리와 외교 문제를 상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일관계가 개선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일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매체 포어사이트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마지막 기회는 연내 예정된 서울에서의 한중일 정상회의”라고 밝혔다.

내년 9월 말이 임기인 스가가 중의원 해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자민당 압승을 이끌어 낼 경우 아베 정권과는 달리 한일 관계에 보다 전향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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