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반도체 빅뱅, 위기 아닌 기회 만들 묘책 필요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빅뱅에 비견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단행되는 것과 동시에 터져 나온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에 대한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인수 소식은 시장의 판도를 일거에 뒤흔드는 요인이다.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은 우리에게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저울추가 기울지 않을 만큼 득실이 팽팽하다. 우선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우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화훼이는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이고 SK하이닉스의 최대 고객이다. 물론 미국이 중국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까지 제재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잠시나마 멈추게 할 요인이 될 것이다. 화웨이가 상당 부분 차지해온 스마트폰과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은 우리에게 기회의 장이 된다. 하지만 길게 보면 중국이 이번 사태를 기술독립과 자력갱생을 앞당기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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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ARM 인수 역시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의 90%를 공급한다. 또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대부분이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에 필수인 그래픽칩셋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가 ARM까지 품에 안으면서 반도체 공룡이 탄생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확장력은 우리 기업들에 최대 경쟁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의 격동은 주요국의 헤게모니 다툼의 결과다. 이를 이겨내려면 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을 위해 제약요인들을 하루속히 제거해줘야 한다. 국내에 공장을 지으려 해도 용수 때문에 수개월씩 애를 태우는 일이 있게 해서야 되겠는가. 아울러 중국이 진화된 기술력으로 다시 공세를 가할 때를 대비해 국내외 기업 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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