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 유럽에서 K방역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주니 한국인으로서 기가 삽니다. K방역이 국가 이미지 제고에 미친 영향은 정말 어마어마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큽니다.”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 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BTS가 큰 인기를 끌며 한국 문화가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K방역이 부각돼 한국 산업의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인들이 마스크도 잘 쓰고 전면봉쇄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의 선진성이나 의료·정보기술(IT) 융합, 의사 수준, 제약·바이오의 이미지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어요. 일부 그룹의 일탈도 있지만 마스크 잘 쓰고 규칙을 잘 지키는 한국인의 높은 시민의식을 보며 기업들이 ‘저렇게 책임의식이 높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겠나’라고 하죠.” 미국·유럽·브라질 등에서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시위를 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말부터 현지에서 앞장서 마스크를 쓰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독일에 봉쇄령이 내려져 천을 구할 수 없어 집에 있는 면 목도리를 잘라 바느질해 만든 ‘메이드 인 하노버’ 마스크였다. 남편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함께 마스크 쓰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파파라치한테 사진이 찍혀 언론에 보도된 것을 계기로 현지언론에도 왕왕 나와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재봉틀과 천을 주문해 마스크를 계속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기도 했다.
“당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때라 ‘천마스크라도 써서 안전한 버퍼지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쓴다’고 소개했죠. 본인은 물론 타인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자고 했죠.” 마스크를 쓰는 아시아인이 코로나19 환자로 오인돼 비난과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는데 실상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도 역점을 뒀다.
그는 “서양은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강하고, 마스크는 테러리스트나 쓰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며 “한국의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도 초기에 마스크 쓰기를 전혀 권장하지 않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정치인들도 공식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게 얼마 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정작 한국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에요. 한국이 헝그리정신을 바탕으로 상당히 발전했는데도 여전히 역동적이고 열정이 넘쳐 추격형 국가에서 벗어나 선도형 국가로 나가는 위치가 됐죠.” 그러면서 경제발전과 삶의 질 개선은 부모 세대의 헌신과 희생정신의 토대 위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도 슈뢰더 전 총리와 결혼했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일 국적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독일로 돌아간 뒤 전화통화에서 “텅 빈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을 보고 마치 유령도시에 와 있는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며 “사람들의 왕래가 이 정도로 끊긴 적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