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처음으로 자신의 근황을 직접 알렸다.
15일(현지시간) 나발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공호흡기를 뺀 채 병원 침대에 앉아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당신들이 그립다”며 “어제는 혼자 온종일 숨을 쉴 수 있었다.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지자들과 적극 소통했던 나발니가 직접 게시글을 올린 건 지난달 20일 갑자기 쓰러진 뒤 처음이다. 나발니는 치료가 끝나는 대로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이같이 알리며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호전됐다는 사실은 전날 이미 알려졌었다. 전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 측은 “나발니가 인공호흡기를 빼는 데 성공했다”며 “그는 재활에 집중하고 있으며 짧은 시간이지만 침대에서 나올 수도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2일 나발니는 독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지금까지 치료받고 있다. 지난 2일 독일 정부는 나발니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의 체내에서 치명적인 독극물인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냉전 말기 구소련이 무기용으로 개발한 독극물로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노비촉 검출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 지도자들은 러시아 정부에 나발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발니에 대한 노비촉 공격 의혹 사건은 “살인 미수”라며 “사건의 정황과 책임자를 바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프랑스 자체 분석 결과를 알리며 이는 화학무기 사용에 관한 국제규범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독일, 유럽연합(EU) 측도 한목소리로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크렘린궁은 전날 마크롱 대통령과 나발니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 사건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의 부적절성을 강조했다”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독일 전문가들이 러시아로 나발니 검사 결과에 따른 공식 결론과 생체 자료를 전달하고 러시아 의료진과 공동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음을 (푸틴 대통령이) 지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