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를 둘러싼 ‘황제복무’ 의혹으로 또다시 장관과 의원 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씨와 유사한 상황에서 휴가를 연장하지 못한 두 가지 사례를 언급하자 “지휘관이 배려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일반 사병의 불이익을 인정했다가, “그 친구(일반 사병)처럼 하는 게 맞다”며 서씨의 특혜를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정 장관에게 “지난 9일 국방부 발표는 ‘첫째, 부대에 전화하면 휴가 연장 가능하다 둘째, 병원 치료 4일만 받아도 19일 병가 줄 수 있다 셋째, 요양 심사를 안 받아도 병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국방부 발표에 청년들과 장병 부모님들이 매우 화가 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서씨처럼 비슷한 상황에서 우리는 특혜를 받지 못했다는 청년들과 부모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하 의원은 전화로 병가 연장을 문의했는데 ‘일단 복귀하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한 청년의 사례를 공개하면서 “서 일병은 (전화를 통해) 휴가 연장이 정상 처리됐는데 이 병사는 불이익 받은 것 맞느냐”고 정 장관에게 물었다.
정 장관은 “국방부에서 현재 적용 중인 규정이나 훈령은 어떤 특정 병사에게 적용하는 규정이 아니고 군에 들어와서 국가에 헌신하는 전 장병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고 훈령”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하 의원은 정 장관을 향해 “이 친구는 십자인대 파열로 병가 연장을 하려니 부대에서 들어오라 한 것”이라며 “명백한 차별이고 불이익 아니냐”고 재차 질의했고, 정 장관은 “만일에 그런 사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장병이 있는 부대) 지휘관이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됐음에도 서씨처럼 전화로 병가를 연장하지 못하고, 일차적으로 부대에 복귀한 해당 장병이 절차상 불이익을 받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후 하 의원은 또 다른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정 장관에게 “서 일병은 4일 치료에 19일 병가를 받았는데. 이 친구는 3일 치료 서류밖에 없어서 병가를 딱 4일밖에 못 받았다”며 “서 일병의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친구가 차별 받은 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 장관의 답변이 달랐다. 정 장관은 “그 친구처럼 하는 게 맞는 절차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3일의 서류가 있다면 서류로 확인되는 상황만큼 병가를 받는 것이 군 규정에 맞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이에 하 의원이 “솔직한 답변 감사하다. 그럼 서 일병이 특혜 받은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서 일병 관련 부분은 치료, 진단 상황 등 여러 입장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것이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자료가 남아있질 않아 말씀 못 드리는데 필요하면 검찰 수사에서 왜 자료가 안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사례에서 정 장관은 다시 일반 장병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하 의원은 부대 훈련에서 부상을 당해 수술 받은 장병이 ‘군 병원 요양심의위에서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병가 연장이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사례를 들며 “이 친구도 요양심사를 받지 않은 서 일병과 비교하면 차별 받은 것 맞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이에 “그 당시 승인권자, 지휘관들이 병사에 대한 배려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하 의원이 재차 병가 연장 신청을 했는데 반드시 요양 심사를 받아야 했다는 다른 제보를 예시로 들자, 정 장관은 “지휘관이 (장병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조치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의 답변에 하 의원은 “(서씨와 같은)혜택을 못 누린 병사들이 부지기수”라며 “혜택 못 받은 이가 압도적 다수이고 혜택 받은 사람이 서 일병 한 명이면 이것이 특혜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물러서지 않고 “훈령은 특수 케이스가 아니고 다른 장병들도 혜택을 받은 것이 많다”며 “한국군 지원단에 최근 4년간 휴가연장 사례가 35번 있었고, 2회 이상 연장 사례도 5번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도 지지 않고 “대다수 국민은 서 일병처럼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맞받아 쳤다. 그는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전화로 휴가 연장 통보가 가능하고, 병원치료 4일 받아도 19일 병가가 가능하며, 요양심사 안 받아도 병가 연장이 가능한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것은 서 일병밖에 없다”며 “대다수는 서 일병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고, 국민이 을이 된 셈이다. 우리 청년과 부모들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