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8개월여가 흐르면서 볼거리와 결막염 등 바이러스성 감염병 환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시민들의 위생관념이 철저해진데다 재택수업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철저한 개인위생 습관이 자리 잡는다면 향후 감염병 동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영유아를 중심으로 전파되는 수족구병(B084)의 올 1~8월 진료인원 수는 1만1,5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만7,855명)과 비교해 10분의1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 2년 전인 지난 2018년(5만5,093명)과 비교해도 5분의1 수준이다. ‘아폴로눈병’으로도 불리는 급성유행성출혈성결막염(B303)의 진료인원도 같은 기간 1,909명에서 777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일명 ‘볼거리’로 잘 알려진 유행성이하선염(B26) 진료인원 수는 올 1~8월 누적 4,3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09명)에 비해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특정 시기만 되면 유행처럼 번지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올해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염병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식중독으로 대표되는 세균성 감염병은 감소폭이 미미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35주차)까지 살모넬라균·장염비브리오균 등 11종의 세균성 장관감염증 확진자 수는 6,303명으로 전년 동기(7,083명) 대비 약 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숙주가 있어야만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는 바이러스와 달리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세균의 특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경우 일반 환경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지만 세균은 습도·온도만 갖춰지면 생존·증식한다”며 “세균은 재료·조리도구 등에서도 증식이 가능한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성 감염병만큼 급격한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향후 감염병 동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김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손 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국내 A형 간염 환자 수가 크게 줄었지만 유행이 지나간 후 이내 확진자 수가 원래대로 돌아갔다”며 “코로나19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종식 이후에도 높아진 위생관념이 이어진다면 향후 감염병 추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