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9월 초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자진사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바로 나갈 수 없으면 해임 건의를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사유가 이해가 안 된다.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기획재정부 공공운영위원회의에서 해임 의결이 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구 사장은 16일 인천공항공사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이유는 밝히지 않고 식사 자리에서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며 “당황했지만 마무리할 일이 있으니 내년 상반기 정도 그만두겠다고 제안했으나 ‘안된다’고 했고 이후 국토부가 기재부에 해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구 사장에 대한 감사결과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됐다며 기재부에 해임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구 사장의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와 올해 초 ‘직원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두 가지를 이유로 들어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구 사장은 억울하다며 해임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태풍이 우리나라를 이미 지나간 상태로 매뉴얼대로 행동했고 국정감사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인사도 사장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를 받을 때 법무법인이 동석했는데 해임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며 해임 결정이 날 경우 소송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로 촉발된 ‘인국공 사태’ 책임을 물어 경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기자들의 상상과 분석에 맡기겠다. 함께 추측을 하는 게 좋겠다”며 “인사는 인사권자의 뜻이니 제 심증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에둘러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구 사장 해임 사유가 뭐냐는 질문에 “공운위 심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24일 공운위를 열고 구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구 사장은 공운위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해임안이 의결되면 국토부 장관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을 정식 건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결재하는 절차를 밟는다.
/인천=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