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블랙리스트 유탄 맞을라" 대책 찾기 바쁜 국내 부품사

"한국산 부품 대량으로 사가는

퀄컴·시스코도 사정권 가능성"

디스플레이·카메라모듈 기업들

시장점검·신규고객 발굴 나서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미중의 힘겨루기로 촘촘하게 엮인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 축을 담당한 한국 기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전날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 소식을 접하고 전선(戰線)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하반기 경영전략 점검에 나섰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패널과 카메라 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주요 기업들은 지난 19일 중국 상무부가 전격적으로 시행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규정’, 이른바 중국발 블랙리스트가 개별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을 필두로 한국산 부품을 대량으로 사가는 퀄컴이나 시스코 등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中 반격 초읽기…‘차별적 대우’ 규정에 전자업계 고민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화웨이나 텐센트 등을 겨냥할 때처럼 블랙리스트 기업을 따지는 기준을 “자국의 안보, 발전에 위협이 될 경우”로 못 박았다. 특히 전자업계에서는 외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중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규정에 ‘중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를 할 경우’까지 추가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곧 미국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고 중국 기업과 거래를 끊는 한국이나 대만 기업까지도 사정권에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당장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급 물량이 달리는 중국서 이 규정을 미국이 아닌 국가로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강대강 대결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이 눈치 볼 상대가 추가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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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하반기 전략폰에 먹구름 낄까…韓 기업들 선제적 대비 나서

이처럼 기업서 손대기 어려운 국제 정세 탓에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가운데, 부품의 제조공급 역할을 해온 한국 전자업계는 파장을 가늠하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독을 품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애플 아이폰의 국내 판매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미중 분쟁으로 유탄을 맞을 수 있는 사업부문 현황을 점검하고 고객사와의 영업관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장기적 접근 측면에서 화웨이를 대신할 신규 고객사 발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해온 A사 관계자는 “하반기 애플의 전략폰 ‘아이폰12’ 출시를 앞두고 거대 시장인 중국을 둘러싼 대외정세가 심상치 않아 기획이나 영업 실무부서에 관련 정보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사는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부품을 제조해 공급하는 입장에 불과”하다면서도 “회사 매출에 부정적 요소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경영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대안을 미리 마련해보자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애플을 고객사로 둔 B사도 “애플은 어떤 부품이든 단독으로 물량을 맡기는 경우가 없으며 중국 등 경쟁사와 나눠 공급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하반기 예정된 신제품 프로모션 추이를 지켜보며 고객사와 밀접하게 접촉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애플이 하반기 전략폰으로 공들이고 있는 아이폰 12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통상보다 한 달 가까이 출시일이 밀린 상태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JDI(日)·BOE(中) 등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LG이노텍·오필름테크(中)·샤프(中) 등에서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받고 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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