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월북 첩보는 북한군 대화... 합참 "희생자 육성은 못들었다"

[국방·외통·농해수위 국감]

원인철 "소각 '불빛' 영상 사진 있다"

軍, 시신이라고 특정하지는 못해

해경청장, 실종 21일 오전 2~3시

野 "文대통령 유가족에 무릎 꿇으라"

민주평통, 국회에 '야동' 보내 '망신'

원인철 합참의장. /연합뉴스원인철 합참의장. /연합뉴스



21대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북한이 피살한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국회 각 위원회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특히 군은 북한이 공무원 이모(47)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소각행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이날 원인철 합참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의장은 영상을 봤느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사진으로 조금 찍힌 것만 봤다”고 인정했다. 원 의장이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을 봤다”고 하자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도 “의장이 답변한 수준으로 저도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안 봤으면 정보본부장이 아니죠”라는 지적이 나오자 “확인했다”고 재차 답변했다.


군은 지난달 24일 언론 발표 당시에는 연평도 감시장비를 통해 지난 9월22일 오후10시11분께 ‘불빛’이 관측됐다고 밝혔지만 이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확보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린 적이 없다. 북한도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공무원 이씨의 자진 월북에 대한 언급 없이 ‘시신 훼손’을 사실상 부인했다. 군이 확보한 북한의 소각 영상 공개 여부가 앞으로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민홍철 국방위원장이 “영상은 SI(특별정보)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자 원 의장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합참 국감에서는 이씨의 월북 논쟁도 불거졌다. 원 의장은 “우리가 음성(북한군 감청)을 확인했는데 시신·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뭘 태우기는 태웠는데 시신·사체라는 단어는 없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유해’ ‘죽은 사람’ 등과 같은 시신과 유사한 의미의 단어도 구체적으로 없었다고 밝혔다.


원 의장은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첩보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첩보가 이씨의 육성이 아닌 북한군의 대화에서 나온 것임을 암시했다. 원 의장은 “희생자의 육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우리가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군당국이 이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서쪽으로 표류한다는 예측 결과를 해양경찰로부터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는 지적에는 “해군이 소연평도 북서쪽 해역도 다 탐색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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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


같은 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이씨의 실종 시점을 9월21일 오전2∼3시로 처음 특정했다. 김 청장은 “조류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재를 탈 경우 북한 측에서 발견될 위치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해당 시간에 사건 지점까지 자력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확정할 수는 없지만 표류예측시스템에 따라서 (이씨 실종 시점을) 2시에서 3시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씨가 휴대폰을 인위적으로 끈 점을 월북 추정의 근거로 들었다가 배터리가 그냥 꺼진 경우와 차이가 없다는 통신사 의견에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씨가 인위적인 노력으로 NLL까지 올라갔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정정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정정한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는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장 난 레코드판 돌리듯이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윤 의원은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게 누구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요구에 침묵하는 북한의 태도를 지적하며 북한에 더 강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에 “검토하고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음란물 자료 전송 내역을 바라보는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음란물 자료 전송 내역을 바라보는 이승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연합뉴스


한편 이날 외통위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 국감에서는 민주평통이 국감 자료를 국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법 음란물까지 보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일부 직원이 업무용 컴퓨터로 이를 시청했을 수도 있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이승환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제목을 말하기도 어려운 몰카, 쉽게 말해 불법 음란물인데 ‘n번방’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던 올 1월부터 13건이 발견됐다”는 김영주 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경환·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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