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10년 연구하니까 매출”…소부장에 빛본 어느 中企의 집념

중기부 ‘소부장 대국민보고서’ 보니

작년 日 수출 규제에 백색국가 배제

반도체 중기 60% “6개월 못 버텨”

소부장 대책 이후엔 “자신감 얻어”

황철주 "소부장 인식 이제 달라져"

박영선(앞줄 왼쪽 여덟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15일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강소기업100 함께 성장 마중물’ 선언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박영선(앞줄 왼쪽 여덟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15일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강소기업100 함께 성장 마중물’ 선언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나노 섬유를 2006년부터 연구개발했는데 2016년이 돼서야 관련 시장이 열렸고 매출이 나오더라구요. 하나의 소재를 사업화려면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대국민보고서’에 소개된 송용설 아모그린텍 대표의 인터뷰 일부다. 2004년 설립된 아모그린텍은 나노 섬유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나노 섬유는 방수기능이 있는 모바일 기기부터 5G 통신,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1,291개 특허를 보유할만큼 연구개발 분야에 강점을 보인 아모그린텍은 지난해 말 중기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다. 선정된 기업에 최대 182억원이 지원되는 사업이다. 송 대표는 소부장 100 선정에 대해 “나노 소재에 대한 믿음으로 일해온 15년을 보상받은 것 같았다”며 “우리가 해왔고 할 일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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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을 때 중소기업계는 당혹해했다. 전석환 엠케이피 대표는 “수출 규제 조치가 내려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이라며 “국내 산업과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추가적으로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우대 심사국)에서 제외하면서 충격이 더 커졌다. 같은 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반도체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0%가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47%는 “대응책이 없다”고 답했다. 송 대표가 ‘10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소부장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절망적인 분위기가 정부의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 이후 조금씩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대책의 핵심은 소부장 국산화다. 중기부의 경우 스타트업-강소기업-특화선도기업으로 기업 생애주기별로 지원을 폈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소부장 중소기업이 어느 곳인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게 특징이다. 일반 국민이 사업 평가단으로 참여하도록 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도 주목받지 못했던 기업을 발굴한 것이다.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자신감이 붙었다. ‘소부장 100’에 선정된 윌테크놀러지의 이윤정 대표는 “국민이 뽑아준 대표 강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올해 삼성전자 납품 비율이 해외 경쟁사보다 높아지는 ‘기념비적인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산업현장에서 국산화 수요가 높은 대기업과 기술개발 능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매칭하는 상생정책도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됐다. 수요처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제품도 필요없기 때문이다. 수요처 입장에서는 공급처를 바꾸는 리스크를 지고 싶지도 않기 마련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책을 주도한 곳이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다. 이미 반도체 제조설비 국산화로 소부장 생태계에 대해 정통한 황철주 주성엔니지어링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황 위원장은 “소부장 국산화의 어려움은 (기업들이) 검증된 인프라로 안전하게 가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같은 소부장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게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가장 큰 결실”이라고 말했다. 소부장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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